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중남미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최근 브라질 중앙은행도 자산다각화의 일환으로 대규모 금 매입에 나섰고 아르헨티나ㆍ파라과이 등도 금 매입 붐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에서 금 매입에 가장 먼저 나선 국가는 멕시코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페소화 강세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하자 지난해에만도 100톤가량의 금을 사들였다. 또 올 들어서도 18.8톤을 추가 매입해 지난 10월 현재 124톤에 달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18.9톤의 금을 매입했다.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에 따른 경제충격) 문제 등으로 달러화 가치의 불안정성이 커짐에 따라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남미 지역 내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파라과이는 7월 7.5톤의 금을 사들였고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도 금 보유량을 늘렸다.
물론 이들 중남미 지역의 금 매입규모는 2009년 아시아권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였던 양에는 한참 못 미친다. 당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금 매입을 선언하자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금 200톤을 한번에 사들였다. 이후 태국ㆍ한국ㆍ스리랑카ㆍ방글라데시 등이 일제히 금 매입에 나서는 등 아시아권 중앙은행들 사이에 금 사재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러나 국제상품시장은 앞으로 중남미 지역의 금 매입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FT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은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금 매입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지역별로 정책보조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FT는 "브라질만 해도 앞으로 더 많은 금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3,790억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지만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0.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외환보유액 상위 20개국 중 브라질의 금 보유순위는 현재 18위로 순위권 내에서 브라질보다 적은 금을 보유한 국가는 홍콩과 말레이시아밖에 없다. 더불어 FT는 중남미의 금 수요 증가세가 향후 국제금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중남미 국가들의 신규 매입으로 현재 연간 500톤 정도인 금시장 규모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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