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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가 유럽 4위 경제국인 스페인으로까지 옮겨붙으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한편 주식시장은 유럽발 뉴스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의 금융 수도 월가가 체감하는 위기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월가에서 뛰는 한국 젊은이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상훈 노무라종합연구소 미국법인 부사장, 장훈준 드림트리캐피탈 대표, 존 장 엑스톨리아 대표 등이 참석하는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여러 나라가 얽혀 있고 극심한 재정난으로 정부의 손발이 묶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문제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보다 더 해결책을 찾기 힘든 난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방향성마저 잃은 가운데 미국ㆍ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 랠리도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지만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좋은 유동성 장세라는 게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이학인 서울경제신문 뉴욕특파원(사회)=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로존 위기가 스페인으로까지 전이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한상훈 노무라종합연구소 미국법인 부사장=유로존 위기 역시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와 같이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 등 위기국가들을 보면 자산가격 하락과 민간 주체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경제를 받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재정적자가 심각해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것이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의 큰 차이입니다. 자본의 흐름 역시 문제입니다. 얼마 전 스페인 투자자 50여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더군요. 스페인 투자자들이 스페인 국채를 사지 않는 것이지요. 위기국가에서 벌어지는 자본이탈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장훈준 드림트리캐피탈 대표=근본원인을 따져보면 유럽은 만성질환 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가 노령화하고 제조업 산업기반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복지 때문에 정부에 대한 개인들의 의존도 심합니다. 근본적 해결책인 생산성을 확보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세대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존 장 엑스톨리아 대표=동의합니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는 정책과 함께 장기적인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이라고 봅니다.
▦사회=유로존의 양대 주주라 할 수 있는 독일과 프랑스가 위기해법을 두고 그동안 마찰을 빚으면서 실기를 계속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리스 등 각국의 선거가 맞물리면서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한 부사장=그리스나 다른 유럽국가를 지원하는 데 대해 독일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반감은 매우 큽니다. 독일통일에 따른 세금을 아직도 내고 있는데 자신들보다 연금도 더 많이 받고 세금은 덜 내는 그리스인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게 독일 국민들의 정서입니다. 독일은 물론 유럽 각국의 정치 리더들이 국민들의 희생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회=직접 피부로 느끼는 월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금융위기 당시나 지난해 여름처럼 불안한가요.
▦장훈준 대표=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한 상태입니다. 요즘 빅 이벤트를 앞두고 뉴욕증시의 거래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뉴스에 상관없이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보험사 등에서 물량을 내놓으면 주가가 더 크게 하락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특정 뉴스가 나오면 매수세가 터져나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래도 방향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어 더 불안한 것 같습니다.
▦존 장 대표=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risk on, risk off)'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 변동성이 계속될 것 같기 때문에 모두가 리스크 대응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자금을 보호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자는 것이죠. 여기에는 2008년 위기로 인한 학습효과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의 경우 글로벌 증시가 매우 좋지 않아서 헤지펀드들이 5%가량 손실을 봤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 절반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부사장=요즘 시장을 보면 2008년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중대 발표를 앞두고 내림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오름세로 전환되고는 했는데 지금 유럽중앙은행(ECB) 이벤트를 보면 꼭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월가가 지금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존 장 대표=여전히 그리스가 최대 이슈인 것 같습니다. 오는 17일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국제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달 동안 시장이 리스크 오프하면서 그리스 요인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막상 결과가 나오면 또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 움직임을 나타낸다면 유럽 내 금융ㆍ실물거래 양면에서 상대국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해 경기활동 자체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장훈준 대표=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위기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는데 글로벌 경제 자체에 새로운 변화의 틀이 생기고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 크게 본다면 위기의 유럽과 정체되는 미국에 비해 이머징마켓이 갈수록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미국 경제를 한번 짚어주시죠. 올 초까지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기가 유럽 위기 여파로 다시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데요.
▦한 부사장=메가톤급의 유럽 변수가 터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럽에 비하면 가지고 있는 카드도 많아요. 당장 3차 양적완화(QE3) 얘기도 나오지 않습니까. 논란이 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도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존 장 대표=저는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미국도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쟁력도 떨어지고 성장에 대한 초점이 빗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헬스케어ㆍ신재생에너지ㆍ교육개혁 등 3개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과연 떨어지는 경쟁력 추세를 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회=말씀하신 것처럼 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다시 한번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실시된다면 지금 같은 저금리에서 효과가 있을지요.
▦한 부사장=FRB는 QE3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적완화는 단순히 금리를 낮추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FRB가 국채를 몽땅 사들임으로써 민간 부문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민간의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입니다. 일종의 게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QE3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기는 효과 극대화의 관점에서 유럽 문제가 바닥에 다다랐을 때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한국 주식시장도 유로존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존 장 대표=한국은 상대적으로 탄탄합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정부의 대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투자자들도 시장 전체를 보면 한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유동성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좋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은 부담입니다. 또 중국과 일본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들만 하더라도 한국을 연구하는 시간에 중국을 파고드는 편이 훨씬 규모의 경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느낍니다.
▦장훈준 대표=한국은 역동적인 시장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안 되지만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국가나 기업이나 승자독식구조로 간다고 볼 때 한국 기업들의 전망은 매우 밝은 편입니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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