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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사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지난 10일 당정회의에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개혁을 주문하는 열린우리당의 대표와 정책위의장에게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만고의 진리에 속하는 이 말의 의미가 새삼스러운 것은 지금 정부여당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념과잉 현상속에서 시장에 의한 개혁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의 고위당직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출과 내수 등의 양극화 현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시장개혁을 지속해야 한다"고 정부측에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헌재 부총리는 "민생안정 정책은 기본적으로 투자가 일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가능하며 투자와 일자리는 정부보다는 시장의 몫이다"고 강조하고 "개별적인 기업 리스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우리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이부총리의 인식과 처방에 공감한다. 지금 정부여당은 이념과잉 현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11일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개혁론자인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고, 정부 내에서는 공정위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개혁론을 선도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개혁세력이 지향하는 개혁의 목표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정부규제의 철폐와 정치부패의 철폐 보다는 시장의 개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민간에 대한 관의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개혁의 요체이어야 함에도 그 반대인 것이다. 그것은 올바른 개혁의 방법도 순서도 아니다. 이부총리의 발언은 시장에 의한 개혁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른 인식이다. 정부 여당 내에서 그 같은 의견이 소수의견처럼 비쳐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는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개혁과 이념을 논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것이다. 외환에 내우까지 겹치게 하는 처사다. 시장구조를 합리화하는 개혁은 당위다. 그래야 해외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 속에서 안정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년 동안 현금보유량을 늘려온 대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해서, 올바른 분배를 이뤄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4.15 총선을 마친 후 가진 첫 여야 대표회담에서 '민생을 우선하는 경제살리기에 진력하겠다'고 협약까지 맺은 여당이 일주일 만에 민생보다는 개혁논의에 몰두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정은 국민통합을 논하기에 앞서 경제시각부터 시장존중 방향으로 시급히 조율하기 바란다. 입력시간 : 2004-05-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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