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몸살 앓게 하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가 치솟던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증가세에 제동을 걸며 온실가스 문제 해소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등을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경제가 3%대 성장을 이뤘음에도 CO2 배출량은 전년과 같은 수준인 323억톤에서 멈춰 섰다고 전했다. 중국발 탄소 감소 등의 영향 덕분이다.
IAE는 과거 세 차례의 대규모 세계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한 정상적인 경제성장기에 CO2 배출 증가세가 멈춰선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예외였던 세 차례 경제위기는 지난 1980년대의 오일쇼크 시기, 1992년의 옛 소련연방 해체 충격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이던 2009년 등이다.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파티 비롤은 "(정상적인 경제성장기에) 이런 현상은 볼 수 없었다"며 새 기후변화협약을 결정하는 오는 6월16일의 전 세계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 없이 좋은 낭보라고 평가했다.
IAE는 특히 중국의 영향을 주목했다. 중국은 전 세계 화석연료 CO2 배출량의 26%(IEA '에너지 아틀라스' 자료 기준)를 차지해 미국(16%), 인도(6%), 러시아(5%) 등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신창타이를 공식화하면서 연 7%대의 중속성장과 CO2 배출량 3.1% 이상 감축, 화학적 산소요구량 및 암모니아 질소 배출량 약 2% 축소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또 지방정부를 빚더미로 몰아넣는 주범 중 하나인 각 성(省) 소재 철강 공기업들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감산을 주문해왔으며 전통적 화력발전 대신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발전 비중을 늘려왔다. 화력발전과 철강생산은 석탄연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관련 부문의 비중축소는 CO2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 등에 합의했다. 로이터는 12일 중국과학아카데미 회원이자 중국 기후변화협상팀의 일원인 왕이 박사의 발언을 인용해 2016~2020년 중기계획에서 5년 후까지 중국 CO2 배출 상한선을 연간 100억톤으로 제한해야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지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 감소도 기후변화 대응에 청신호다. F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5년간 OECD 경제가 7% 가까이 성장했음에도 CO2 배출은 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이 개발되면서 경제가 성장해도 탄소 배출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IEA의 아틀라스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달러가 늘어나는 동안 미국에서 발생하는 CO2양은 1990년 0.59㎏에서 2012년 0.36㎏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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