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3월1일] 게오르그 지멜 권홍우 편집위원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그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불우한 학자로 여겨졌을 뿐이다. 오늘날 사정은 정반대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광받고 있다. 게오르그 지멜(Georg Simmel). ‘돈의 철학’을 저술한 사회학자다. 1858년 3월1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철학과 문학ㆍ예술에 이르기까지 특출한 능력을 보였지만 교수직 임용에 내내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 탓이다. 나이 40줄을 넘긴 1901년 모교인 베를린대학의 조교수 자리를 겨우 얻었다. 1914년에 지방대학의 정교수로 임용됐지만 1차대전으로 강의도 제대로 못해보고 1918년 간암으로 죽었다. 평생을 강사로 떠돌면서도 그는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200여편의 논문ㆍ기고와 20편의 책자 중 대표작은 ‘돈의 철학’(1900년). 머리말에 ‘이 책의 단 한 줄도 경제학적 연구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시장경제가 촉진시킨 개인의 발전을 연구한 책이다. 지멜은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를 구매에 대한 선택으로 봤다. 의식주는 물론 여흥까지 시장에 의존하는 시대의 삶은 구매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냉정해지는 것도 어떤 물건을 사는가에 대한 고민의 귀결로 여겼다. 교수로서 자리잡지 못해 ‘아웃사이더’로만 여겨졌던 지멜은 1980년대 이후 재평가받고 있다. 개인의 역할이 갈수록 커진다는 논지가 자본주의 흐름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화폐가 물물교환-금속화폐-지폐로 발전하는 과정을 ‘돈의 추상화’라고 해석했던 그의 생각은 요즘 플라스틱머니(신용카드)와 전자화폐로 이어지고 있다. 황금 만능주의를 배격하는 주류학계의 외곽에서 그는 ‘돈의 철학’에 이런 구절을 올렸다. ‘돈은 개인의 인격을 지키는 수문장이다.’ 입력시간 : 2007/02/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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