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아딜레 술탄 궁전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단독회담을 갖고 원전 재협상에 합의하며 조만간 양국 관계장관이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터키 원전 개발이 우선협상 종료 1년2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터키 원전 개발은 지난 2010년 3월 협상을 시작해 그 해 6월 MOU를 맺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는데다 일본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며 12월 우선협상 종료가 선언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지난해 8월 도쿄전력이 터키 원전 불참을 선언하며 재협상의 가능성을 키우기도 했지만 터키 측의 무리한 요구조건에 쉽사리 재협상이 진행되지 못했다.
상황 변화는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감지됐다. G20 일정 마지막 날 출국시간을 쪼개가며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고 이 자리에서 원전 재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터키 측의 분명한 입장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재협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터키 측은 3개월 만에 전향적인 변화를 나타냈다. 에르도안 총리가 "형제 국가인 한국이 터키 원전 2기를 건설해주기를 강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했다.
최 수석은 "표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터키 원전협상의 걸림돌이었던 입지ㆍ전력요금ㆍ지급보증 등의 조건 등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를 따내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투자비를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터키 원전사업은 원전 건설로는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이 도입됐다. 원전을 건설하는 쪽에서 자금을 대고 생산된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결국 일정 수준의 전기요금을 터키 정부가 보증해야 사업성이 생긴다.
일단 우리 정부는 지난해 8월 '해외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한 금융조달 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밑그림은 그려놨다. ▦정책금융공사가 원자력발전 등 해외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해 5년간 1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수출입은행이 올해 정부로부터 1조1,000억원 이상을 출자 받는 등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자본력을 확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재협상의 걸림돌은 입지. 터키는 지난해 10월 동남부인 반에서 진도 7.2의 강진이 발생했고 1999년에는 이즈미트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할 정도로 지진 위험도가 높다. 특히 우리가 원전개발을 추진 중인 시노프도 지진대에 위치해 지진에서 자유롭지 않아 그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 내진설계 비용 등이 추가로 투입돼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의 협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터키가 다시 손을 뻗지만 양쪽이 모두 만족하는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터키 원전 건설 재협상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는 회담에서 "형제 국가인 한국이 터키 원전 2기를 건설해주기를 희망한다"면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수석은 "이 대통령과 에르도안 총리는 양국 에너지 관련 장관들이 조만간 원전 건설 협의에 나서도록 했다"면서 "이는 원전 협상이 공식적으로 재개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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