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칼럼니스트는 '골프의 중독성은 지면을 구르던 볼이 홀 속으로 떨어져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쾌감'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퍼트는 골프게임 속 또 하나의 게임'이라는 말도 있다. 모처럼 퍼트의 묘미를 보여준 짜릿한 명승부가 연출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파72ㆍ7,298야드). 경기가 끝날 무렵 대회장에서는 세 차례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첫번째 함성의 주인공은 필 미켈슨(42)이었다. 먼저 경기를 끝낸 빌 하스(30ㆍ이상 미국)에 1타 뒤진 채 맞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 7m 남짓한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면서 미켈슨은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곧이어 두번째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멘토'인 미켈슨과 마지막 조에서 동반한 키건 브래들리(26ㆍ미국)가 만만찮은 거리인 3.6m 버디 퍼트를 잇달아 성공시켜 연장에 합류한 것. 18번홀은 이날 이들에 앞서 6명만 버디를 잡았을 만큼 쉽지 않은 홀이었기에 미켈슨과 브래들리는 역동적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동률을 이룬 하스와 미켈슨, 브래들리는 첫번째 연장전(18번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세번째 함성이 터진 곳은 두번째 연장전이 치러진 10번홀(파4ㆍ312야드)이었다.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세 선수는 모두 페어웨이를 놓쳤다. 그린 오른쪽 러프에서 높이 띄워 친 미켈슨의 로브 샷이 홀 근처에 맞고 굴러가 건너편 벙커에 빠졌고 비슷한 위치에서 친 브래들리의 두번째 샷도 그린을 살짝 지나쳤다. 하스는 그린에 올렸으나 홀에서 13.5m나 떨어져 제일 먼저 세번째 샷을 해야 했다. 하지만 '롱 퍼터'로 친 하스의 볼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완만한 호를 그리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버디를 노린 미켈슨의 벙커 샷과 브래들리의 퍼트가 빗나가면서 우승컵은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인 하스에게 돌아갔다.
하스는 지난해 '워터해저드 샷'으로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페덱스컵 우승상금 1,000만달러를 챙겨 이름을 알린 선수다. 사용금지 논란이 일고 있는 롱 퍼터가 다시 한번 그에게 118만8,000달러의 우승상금을 안겨준 셈이다. 시즌 첫 승이자 개인통산 4승째. 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차지한 제이 하스(59)의 아들이기도 하다.
지난주 페블비치 대회 우승자 미켈슨은 이날 브래들리와 함께 1타 차 공동 선두로 나서 2009년 8월 타이거 우즈(뷰익오픈-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이후 첫 2연승에 도전했으나 타수를 줄이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다. 최경주(42ㆍSK텔레콤)는 1타를 줄여 공동 24위(이븐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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