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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적 있었던 사람 혹시 있어요?”
“친구를 은근히 따돌리거나 내가 따돌림을 당했을때요~”
24일 오후 1시 30분. 개봉중학교 도서관에서는 이 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소설과 영화로 관계읽기’가 열렸다. 강좌를 맡은 소설가 방현희씨(사진)의 질문에 학생들은 따돌림이라는 단어를 쉽게 내 뱉었다. 내가 친구를 따돌리기도 하고 친구가 나를 따돌리기도 했다는 것. 방 씨는 첫 강의에서 나와 친구와의 관계를 주제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이번 강좌는 고척도서관에서 인근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학교로 찾아가는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설한 것.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학창시절의 관계맺기가 평생의 인간관계를 좌우하는 만큼 이번 강좌는 청소년기에 친구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대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방 씨가 “중 2병을 왜 앓게 되는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자 학생들은 “갑자기 성장하는 바람에 혼란스러워서요. 사춘기에요”라며 속 마음을 툭 던졌다.
이날 강좌의 주제는 친구와 나와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모멸감과 자부심 이라는 두 가지 감정. 방 씨는 소설 ‘숨쉬어(안 소피 브라슴 지음, 문학동네 펴냄)’를 통해 모멸감의 정체를 들어다보고, 영화 ‘스탠바이미’를 통해 친구로 인해 느끼는 느끼는 자부심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짓궂게 떠들던 학생들은 소설의 줄거리와 영화 내용을 소개하는 강사의 이야기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감정이입을 하면서 강의에 빠져들었다. 강좌는 ‘나의 정체성’ ‘ 가족, 내 편이 필요해’ ‘개인이란 무엇이며 조직사회란 무엇인가’ ‘외로움과 불안 사이, 안전한 관계에의 지향’ 등을 주제로 28일까지 다섯 차례 열린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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