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로 월세 천정부지 치솟고 취업해도 戶口없으면 복지혜택 못받아<br>고향·지방도시서 안정적 정착 선호 최근 쪽방촌 철거로 대도시 탈출 가속
| 중국 베이징 북서쪽 하이뎬구에 위치한 탕자링에서 젊은이들이 출근 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탕자링은 가진 게 없는 대학 졸업생이 하나 둘 몰려들며 형성된 쪽방촌으로, 베이징 시 당국이 최근 철거 방침을 공표한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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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샨시성 성도인 시안에서 취업 박람회가 열리자 일자리를 찾으려는 대학생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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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소재 화북과학기술대 국제경제과를 졸업하고 베이징 북동부인 차오양취에서 3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있는 장샤오린씨는 요즘 치솟는 집세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씨는 집주인이 20평 남짓한 집 월세를 기존의 2,400위안에서 3,000위안으로 올린다고 통보하면서 싼 월세집을 찾고있지만 아예 베이징을 떠나 고향인 쓰촨성으로 돌아가는 방안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장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중국 정부가 2년여 전부터 경기 회복을 위해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1년새 집값이 두배 이상 뛴 곳이 허다하다"며"집값이 뛰면서 월세도 올라가 대도시에서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이징 소재 IT 관련 직장에서 월 4,000위안을 받고있지만 높아진 월세 등 주거 생활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기때문에 복지혜택도 있고 생활비용이 적게드는 고향으로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장씨처럼 대도시에서 성공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대학으로 진학했던 상당수 졸업생들이 치솟는 주거비용, 취업난 등의 여파로 이들 대도시를 떠나 지방정부의 성도나 중소도시 등 2ㆍ3선 도시로 향하고 있다.
◇대도시 대학 졸업생들의 디아스포라= 최근 상하이 소재 푸단대학이 상하이 교육위원회와 공동으로 대학졸업생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상하이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이중 80% 이상이 항저우, 닝보, 난징 등 중소 도시로 가겠다고 답했다.
상하이 지아통대학의 숑빙치 교수는 이같은 대도시 대학 졸업생의 지방 이동에 대해"치솟는 주거비용이 가장 큰 원인이고 대도시 취업난, 중앙 정부의 중소도시 취업 장려책 등도 지방 이동 추세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화공대 졸업반인 샤오루오씨는 아예 처음부터 베이징에서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인 하이난성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샤오씨는 "베이징에서 직장을 구한다 해도 베이징 거주민증인 후코우(戶口)가 없어 의료보험 등 베이징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고향에 돌아가 지방 정부의 복지혜택도 받고 안정적이고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후코우라는 호적제도로 도시와 농촌 후코우를 구별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본래 거주하던 시민에게만 각종 복지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여타 중소 도시나 시골에서 올라온 이주민은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베이징 소재 대외경제무역대학 졸업생인 쉬보씨는 유명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입사에 성공했지만 바로 사직하고 고향인 산시성 시안에 있는 항공 관련 조사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쉬씨는 "이미 경제와 산업이 발전한 대도시보다는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방 소재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자기개발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도시 대학생들의 대도시 탈출은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베이징 시정부의 대학취업센터에 따르면 올해 베이징 소재 대학 졸업생 21만9,000명중에 5만명이 취업을 했는데 이중 8,780명만이 베이징에서 직장을 구했다.
대도시 대학생의 지방 이동을 촉진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치솟는 주거비용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께부터 과열 부동산 경기를 잡기 위해 3주택자 이상에 대한 모기지 대출 금지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펴면서 앙등하던 주택가격 상승세는 멈췄지만 집세는 되레 오르고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투기 수요는 물론 실수요자까지 주택 매입을 꺼리고 월세 주거를 선택하면서 월세가 더욱 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 쪽방촌 철거로 졸업생 이동 가속화= 대도시 대학 졸업생은 치솟은 집값에다 월세는 더욱 더 급등하면서 월 200~300위안 정도하는 대도시 외곽의 쪽방촌으로 밀려나 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이징 북서쪽 하이뎬구 시베이왕진의 탕자링촌. 탕자링은 당초 인구가 3,000여명도 되지 않는 시골이었지만 지난 2006년부터 싼 월세를 찾는 대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쪽방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쪽방에 모여 산다 해 이들은 개미족이라 불린다. 취업난 때문에 대학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직장을 구했어도 베이징 도심의 비싼 월세 때문에 외곽으로 밀려난 고학력 대졸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탕자링은 중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인 베이징 북서쪽 중관춘 소프트웨어파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탕자링처럼 대도시 외곽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개미족은 전국적으로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 6월 30일 베이징 당국이 탕자링촌 철거령을 내리면서 이 곳의 개미족들은 어디로 갈지가 막막한 상황이다. 결국 대도시를 떠나 자신의 고향이나 지방 성도, 중소 도시 등 2ㆍ3선 도시로 내려가 취업의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탕자링의 개미족들은 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대학 입학정원 확대 등의 여파로 2010년 기준 한 해에만 630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대학생이 넘쳐나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만 해도 잘 나가던 대졸자 신분이 이제는 농민공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자조감 섞인 표현도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언론인 베이징완바오가 최근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86%의 대학생이 대도시가 아닌 2ㆍ3선 도시로 취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이 대도시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비용 급등과 같은 생활비 부담을 꼽았고 이어 취업난, 후코우 문제 등을 들었다.
특히 대도시 후코우가 없을 경우 자신은 물론 자식까지도 의료, 교육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대도시 정착을 가로막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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