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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사장

첨단기술·K컬처 조화로 국가 브랜드 지속 성장시켜야



주한외국인 대사, 글로벌 기업임원 등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난해 5월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Korea CQ' 행사에서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강남스타일 열풍 힘입어 한국 이미지 크게 향상

세계 반열 삼성·현대차와 함께 국격 높일 기회

소통은 상대방과 교감하고 피드백 받아야 완성

진정한 문화 발전 위해 다문화 가정 포용 등 필요


"휴대폰 등 첨단 과학기술로 대변되는 하드 파워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국 문화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가 쌍두마차처럼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가 크게 향상됐듯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품격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고 알리는 데 정성을 쏟겠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최정화(58ㆍ사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CICI)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는 특히 싸이(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됐다"며 "1990년대 초반 드라마로 촉발된 한류열풍이 벌써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 한국어는 배우고 싶은 언어, 한식은 먹고 싶은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중요한 국제회의와 정상회의 통역을 도맡으며 최 이사장은 '국제회의 전문가'로 유명해졌다. 최 이사장의 이력을 말하면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가 빠질 수 없다.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 유학, 1981년 한국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가 됐고 1986년에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 통번역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통역 분야의 노벨상인 다니카 셀레스코비치 상을 수상했고 2003년에는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정상회담 통역만도 12차례에 달한다.

그가 프랑스어 통역이라는 다소 '특별한' 직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중학생 시절 방송사에 다니던 언니를 만나러 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외국인 두 명이 아주 아름다운 말로 대화를 하더군요. 그래서 영어로 어느 나라 말이냐고 물었더니 프랑스어라고 했어요. 그때 운명적으로 프랑스어를 만나게 됐고 프랑스 유학 길에 올라 여기까지 오게 됐지요."

국가 원수와 국빈급 통역을 도맡았으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전두환 대통령부터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등 5명의 대통령 통역을 했었지요. 특히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등 두 분의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통역을 거의 제가 전담했어요. 정상회의 통역은 어떤 말씀이 오고 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양국 간 모든 현안, 국방ㆍ사회ㆍ복지ㆍ경제ㆍ과학ㆍ문화 심지어 주가까지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또 눈에 띄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만찬장에서는 드레스를 입어야 하구요. 한 번은 프랑스 방문 때 만찬에 동석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입고 갈 만한 드레스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샹젤리제 거리에 나가서 팔자에도 없는 검정색 롱 드레스를 사왔어요. 근데 제가 보시다시피 키가 작잖아요. 그래서 호텔 방에서 드레스 치맛단 줄이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통역을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던 최 이사장이 대한민국의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국제회의 통역을 진행하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더군요. 한국은 정말 잠재력도 많고 매력적이며 뛰어난 나라인데 외국에서는 너무 몰라주는 거예요. 세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한국 하면 여전히 한국 전쟁이나 분단 국가부터 떠올린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최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2003년 설립된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CICI)이다. 최 이사장은 "연구원의 하는 일은 말 그대로 '한국'의 '이미지'를 '커뮤니케이션', 즉 알리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연구원이 설립된 후 외국인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2006년까지만 해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국전쟁이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2007년부터는 분단국가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구요. 그런데 이번에 연구원 설립 10주년을 맞이해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을 1순위로 꼽은 거예요. 정말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 이사장은 바로 지금이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시점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점에 대해서도 최 이사장은 무척 고무돼 있었다. "제가 외국분들을 만나면 199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부터 한류 팬이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그렇게 따지면 한류의 지속기간은 20년이 넘은 거잖아요. 달라진 게 있다면 드라마에 국한됐던 한류가 K팝으로 발전하고 클래식이나 문학ㆍ미술ㆍ음식ㆍ언어 등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최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많이 느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저한테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알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영어로 'Are you Korean?'이라고 묻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더군요. 정말 기뻤지요. 그런데 지난해 6월 러시아에 갔는데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들려오는 거예요. 10년이면 정말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세월인데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는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역시 그런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됐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더라구요."

하지만 K컬처로 대변되는 한국 문화의 긍정적인 면 못지 않게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처음에 다문화라는 말은 유네스코에서 지구촌에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 여성이 있는 집을 지칭할 때 쓰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다문화'가 이해되는 한국의 현실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획일성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개방성을 가져야 하는 거지요. 군대만 해도 앞으로 몇 년 후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지켜줄 때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우리, 다 함께'라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국이 진정한 문화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물질만능주의적인 사고가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현실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산층에 대한 정의를 비교해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경쟁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기준을 자기가 좋아하는 여행 등 취미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계층으로 이해하는데 한국에서는 얼마 이상의 아파트와 중형급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한 계층으로 보니까요. 물질적인 성과가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다 보니까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있잖아요.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공동체적인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내가 웃기 위해서는 남을 밟고 일어서야만 하는 경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소통의 달인'인 그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소통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분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소통으로 오인하고 있어요. 엄밀히 말해서 그런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식 정보 전달일 뿐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유교의 권위적인 문화에다 상명하복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소통이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게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과 교감해서 공감에 이르러서 상대방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잖아요. 소통의 출발인 경청을 잘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갖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듣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최근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하지요. 우리나라도 경제 규모로는 세계 10위권에 오른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격에 어울리는 책무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보스포럼 등 세계적인 행사에선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대우를 요구하는 반면 교역 협상을 할 때는 제3세계 수준으로 대우해달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혜택을 받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격에 맞는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최 이사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포기할 줄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 낙천과 끈기를 지속시키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면 긍정의 기운이 오는 것 같아요.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고 좌절할 때도 있지만 워낙 제 성격이 낙천적이라 자고 일어나면 꿋꿋하게 다시 시작하곤 합니다. '한번만 더, 1분만 더'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은

10년째 한국문화 맛과 멋 세계에 알리기 앞장

외국인에 한식·공연 체험 기회 마련

한국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


최정화 교수가 이끌고 있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은 한국의 참모습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데 주력하는 공익재단이다.

CICI는 지난 2003년 6월3일 외교통상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연구소 상근 직원 5명과 자문위원 48명, 자원봉사자의 노력이 한데 모여 10여년째 한국 이미지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ㆍ아시아나항공ㆍ에어프랑스 등 총 63개 기업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마다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한국이미지상을 시상하고 한국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공연ㆍ한식 등을 선보이는 'CICI Korea' 행사를 갖는다.

'한국 이미지 알리기 Korea CQ 한국 通(통) 교육'은 CICI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CQ는 문화지수(Culture Quotient), 의사소통지수(Communication Quotient), 협력지수(Cooperation Quotient)를 합친 개념이다. 한국인의 외국문화 이해와 주한 외국인의 한국문화 이해를 촉진하기 위한 일종의 한국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정·재계, 언론, 문화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것을 비롯, 주한외국인 대사·글로벌 기업 임원·예술가 등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한국의 대표 문화 관광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소통의 장이다.

2006년 시작해 매년 두 차례 3개월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정기 과정을 수료한 CQ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총동문회를 결성해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CICI는 주요 국가 문화계 리더들을 초청해 실시하는 문화소통포럼(Culture Communication Forum), 한국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국내외 이벤트, 한국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설문조사 연구, 한국 소개 책자나 동영상 제작 등도 벌이고 있다.

최 교수는 "2013년에는 보다 많은 한국 방문객 유치에 기여하고자 '54협회'를 발족할 예정"이라며 "한국 문화의 정수를 '오감(五感)'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화젯거리 등 '사'거리를 통해 한국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맛과 멋에 흠뻑 빠지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력

▦1955년 서울 ▦1978년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1981년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1986년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 통번역학 박사학위 취득 ▦1980~1987년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 교수 ▦1992년 프랑스 정부 교육공로 훈장 수훈 ▦2000년 통역계 학술 업적 공로상 다니카 셀레스코비치상 수상, 프랑스 정부 국가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수훈 ▦2005~2007년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 위원 ▦2009~2011년 2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1988년~ 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2003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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