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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0월 16일] 코스모스(cosmos)

SetSectionName(); [데스크 칼럼/10월 16일] 코스모스(cosmos) 채수종 (사회부장)sjchae@sed.co.kr 코스모스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가을이면 산과 들에, 심지어는 동네 돌담 길에도 지천으로 피었다. 하지만 이제 코스모스를 보는 일은 '행운'에 가깝다.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야, 코스모스다"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새어 나온다. 코스모스는 유난히 가늘고 긴 줄기가 트레이드 마크다.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울 것 같은 가냘픈 모습이지만 웬만한 바람에는 꺾이지 않는다. 바람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코스모스(cosmos)의 꽃말은 조화(調和)다. 어원은 그리스어로 질서를 뜻한다. 혼돈을 나타내는 카오스(chaos)와 반대 의미를 갖고 있다. 산적한 노동문제 싸고 싸움만 그래서인지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은 물론 촉촉하게 내리는 가을비와도 잘 어울린다. 코스모스가 영어로 '(질서와 조화를 이룬) 우주'를 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코스모스를 보기 어려워지는 만큼 갈수록 우리사회의 조화 정신도 결핍되고 있다. 싸움으로 해가 뜨고 지는 여의도 국회의원들, 가진 것을 나눠주는 데 너무 인색한 부자들, 사회에 대한 미움으로 흉폭해지는 사회부적응자들이 대표적인 조화 정신 결핍환자들이다. 요즘 경제계의 최대 관심인 노동시장 관계자들도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재계ㆍ노동계, 노동정책 당국이 상대방 상처내기에 몰두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두 달여밖에 없는데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노력은 전혀 없다. 오로지 싸움뿐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문제는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다"고 밝혔다. 13년간 늦춰진 법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선언이다. 재계는 복수노조 허용이 경영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사 협상창구단일화에 올인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법 시행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태세다.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연내 총파업을 카드로 빼 들었다. 민주노총은 12년 만에 한국노총과 총파업 공조에 나선다.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갈수록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재계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며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노사 양측의 이익을 조정해야 하는 노동부는 대책 없이 시행만 강조하면서 기름을 붓고 있다. 노동정책을 총 지휘하는 임태희 장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임 장관은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책위 의장을 하면서 노동관계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준비된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임 장관의 행보가 부드럽지 못하다. 취임 일성으로 밝힌 내년 복수노조ㆍ전임자 강행 방침이 임 장관의 평소 소신이었는지, 윗선에서 결정된 뒤 '총대'를 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일이 아니었을까. 조화정신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임 장관 스스로 말했듯 노동부가 서비스 기관이라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말로만 서비스 기관이라고 해놓고 귀를 막고 있으면 소용없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논리만 주장하는 것은 충돌만 부를 뿐이다. 내가 옳으니까 나를 따르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이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냈던 노사정 대타협을 재연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외환위기에서 그랬듯이 금융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해답은 코스모스의 조화와 질서정신에 있다. 코스모스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가을이 지나간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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