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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경기 부천시에서 지난 5월 공급한 '소사역 푸르지오'는 청약 1순위에서 평균 0.18대1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았다. 전철1호선 소사역이 가까워 입지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1~3년의 전매제한 등이 걸려 있어 수요자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를 골자로 하는 '8.29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 주말 10팀 내외에 그치던 방문객 수도 지난 4~5일 주말에는 70팀까지 늘어나 오래간만에 상담창구가 북적였다. 오재근 소사역푸르지오 분양소장은 "4~5일 이틀 동안에만 가계약이 12건 정도 이뤄져 분양률도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주택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깎는 등 조건을 완화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투자심리도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은 10만6,464가구로 200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만가구 대로 떨어졌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 민간 공급이 위축된데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미분양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 같다"며 "다만 가격이나 브랜드 별로 양극화를 보일 수 있는 만큼 여러 변수를 두루 따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집값 오르면 미분양주택이'투자 1순위'=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 용인시 '성복힐스테이트'는 일명 '악성미분양'으로 분류됐던 준공 후 미분양단지다. 2,157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지만 이중 50% 가량이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가구 전체가 중대형물량으로 구성된데다 분양가도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에 힘입어 주변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이 아파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성복힐스테이트 152㎡형의 분양가는 7억2,000만원 선으로 인근 '수지LG빌리지6차(2003년 입주ㆍ956가구)' 168㎡형의 평균시세인 5억3,000만원 보다 2억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이 주택형은 지난 2006년~2007년만 해도 7억~8억원 사이에서 거래됐던 물건이다. 집값이 오름세를 탄다고 판단한다면 투자에 나서볼 만 한 셈이다. 성복동 B공인 관계자는 "분양권을 사겠다는 매수 문의가 대책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늘었다"며 "인근 주거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도 정부 대책에 발맞춰 이러한 미분양 주택의 강점을 적극 마케팅 할 방침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주택담당 임원은 "DTI 폐지 혜택이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 미분양주택에 대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시 한 번 판촉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중도금 이자 대납,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을 잘 이용한다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분양가 할인 아파트는 어디= 현재 전국에서 분양가를 할인하고 있는 아파트는 대략 20~30개 단지에 달한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아파트 분양가 할인은 지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마케팅기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은 물론 서울 강남권에서도 분양가를 깎아주는 단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분양가를 1억원 가량 할인하거나 고급 승용차를 주는 방식의 분양 기법이 일반화됐다"며 "주변 아파트 시세와 입지 등을 잘 따져 투자하면 의외로 좋은 아파트를 싸게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현대엠코와 현대산업개발 등이 분양가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엠코는 서울시 동작구 상도5동에서 '엠코타운'의 잔여가구를 최고 1억원 낮춘 가격으로 할인 분양하고 있다. 전용 59~118㎡형 1,559가구로 구성되며 입주는 2012년 9월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고덕아이파크'의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분양가 할인폭은 5,600만~2억원 선이다. 전용 59~177㎡형 총 1,142가구로 구성되며 지난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내 자금에 맞는 미분양아파트는 어디에=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자신의 가용 금액을 고려해야 한다. 무리하게 빚을 얻어 투자에 나서면 이자부담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우선 투자여력이 2억~3억원인 투자자는 경기ㆍ인천권의 전용면적 60~85㎡형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눈여겨 볼 만하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이 지난 6월 경기 수원시 권선동에서 권선주공1ㆍ3단지를 재건축해 일반분양한 아파트는 84㎡형은 공급가격이 2억원 후반대이며 한라건설이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6월 분양한 '한라비발디' 역시 82㎡형이 2억원대 중반에서 공급되고 있다. 3억~4억원대 자금으로는 서울 양천구의 재건축 물량과 별내지구, 부천 소사뉴타운 물량을 계약할 수 있다. 롯데건설이 지난 7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재건축해 분양한 아파트는 81~96㎡형이 미분양물량이 3억~4억원 선이다. 신안이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분양한 '신안인스빌' 역시 112~113㎡형이 3억원대 중반으로 매입이 가능하다. 5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갖춘 투자자는 서울 강남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대우건설이 강동구 둔촌동에서 분양한 '둔촌푸르지오' 83㎡형의 공급가는 5억440만원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수도권에도 미분양물량이 적체되면서 가격대별로 물건을 골라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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