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트럭마저… 울부짖는 서민들
생계형 차 포터에 우는 서민현대기아차 노조 파업에 소형트럭 출고 늦어져계약한 영세 자영업자들 "차 못받아 장사 못할판"
맹준호기자 next@sed.co.kr
현대∙기아자동차의 노조 부분파업 등으로 인해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 등 소형 트럭의 출고가 지연되면서 이들 차량을 계약한 서민들의 속이 바짝 타고 있다. 흔히 '1톤 트럭'으로 불리는 소형 트럭은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용 차로 많이 쓰인다.
2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최근 두 회사 노조의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에 따라 '포터2'의 대기 기간은 최대 80일까지, '봉고3'의 대기 기간은 75일까지 늘어났다.
포터와 봉고는 대체재가 없는 차로 국내에서 나오는 동급 트럭은 두 차종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자는 인도가 지연돼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서민들의 영업용 차로 많이 활용되는 이들 1톤 트럭은 올해 들어 주문이 늘면서 1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불경기로 인해 생계형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의 노조 파업에 따른 차량 인도 지연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한 소형 상용차 영업 직원은 "물론 파업 영향으로 승용차 인도도 늦어지고 있지만 생계를 위한 차종의 인도 지연은 승용차와는 경우가 다르다"면서 "안타까운 고객 사연을 많이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터는 지난 6월 7,271대가 팔린 데 비해 7월 판매량은 7,136대로 줄었고 봉고는 6월 4,619대에서 7월 4,086대로 크게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판매 감소 이유에 대해 "파업 때문에 출고 및 인도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7월13일 4시간 부분파업과 2시간 잔업을 거부하는 내용의 부분파업을 시작한 후 8월8일 이후로는 거의 매일 부분파업 또는 잔업 거부를 벌이고 있고 주말 특근도 거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이로 인해 21일까지 총 7만9,997대의 생산 차질과 1조5,527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량 인도 지연은 포터와 봉고뿐 아니라 현대차 신형 '싼타페' '아반떼' '그랜저'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사측이 임금 인상안 등 카드를 모두 오픈한 만큼 이제는 노조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는 사내 하청 근로자 중 3,000명을 선별 채용하겠다는 용단을 내린 만큼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모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용을 늘리는 대신 기존 인력이 잔업과 특근을 일상적으로 하는 시스템에 현대∙기아차 사측과 노조가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다"면서 "이를 개선해야 생산 차질도 막을 수 있고 장시간 근로 문제도 해결되며 고용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