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대책의 저변에는 가계부채에 대한 안이한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로 빚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만 맞는 얘기다. 대출증가의 요인에는 주택구매 수요뿐 아니라 모자라는 생활비 충당 수요도 있다. 2012년 1ㆍ4분기 1.7%에 그쳤던 비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3ㆍ4분기 4.7%까지 치솟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계부채가 단순히 대출구조 변화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대책을 너무 서두르다 보니 무리한 점도 보인다. 지난해 말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의 비율은 15.89%와 18.7%. 이를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늘리려면 변동금리나 거치식 분할상환 고객을 억지로 옮기는 일 외에 별다른 수가 없다. 가계로서는 당장 이자율이 높아지고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게 생겼다. 게다가 은행에 이행목표까지 의무적으로 부과한다고 하니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편법이 판칠 게 뻔하다. 자칫 금융시장과 고객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가계부채는 단기간 내에 줄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최선은 상환능력을 높여 부채가 더 이상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1년 사이 3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우리 경제에 온기를 지피고 온국민에게 퍼뜨려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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