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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공공재원으로 리모델링

시, 재생선도지역 선정 추진… 국고 등 200억 투입해 재개발

남산~종묘 보행축 복원 등 관심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풍전호텔(왼쪽)부터 진양상가까지 일렬로 늘어서 있는 세운상가 전경. 서울시는 세운상가 재정비촉진구역 재생을 위해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경제DB

#1990년대 중국 상하이 정부는 홍콩계 민간 디벨로퍼인 수이온그룹의 자본 참여를 통해 19세기에 지어진 스쿠먼 양식(중국+서양식이 뒤섞인 가옥 양식)의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태평교 일대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전면 철거 후 초고층 오피스와 아파트를 짓기로 했던 초기 개발계획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환된다. 철거식 재개발 대신 보존형 개발 방식으로 전환한 것. 이렇게 탄생한 '신텐디(新天地)'는 이제는 상하이의 명소가 됐다. 이는 근대 역사유산을 남겨놓는 것이 손실이 아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을 확산시키는 시발점이 된다.

서울시가 지난해 철거형에서 보존형 리모델링으로 개발 방식을 바꾼 세운상가 일대를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 200억원의 공공재원(국고 100억원, 서울시 100억원)이 투입되는 공공 지원형 재개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시는 이 같은 공공재원을 활용해 현대·청계·대림·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 등으로 연결되는 세운상가군(群) 재정비 사업의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달 14일까지 세운상가를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재 노후한 도심지역 재생을 위한 선도사업 11곳을 지정하기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경제기반형 2곳과 근린재생형 9곳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고(故) 김수근 못 이룬 '입체도시' 실현될까='세운(世運)'이라는 이름은 1966년 기공식 당시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으로 내린 휘호에서 유래했다. 당시 35세였던 고 김수근 선생은 공중 보행 데크와 정원 등이 어우러지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입체도시'라는 구상안을 내놓기도 했다. 입체도시는 땅에서는 횡으로는 자동차가 움직이고 그 위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보행축을 종으로 만들어 걸어서 모든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저 평범한 주상복합아파트로 지어졌고 7~8년간 짧은 기간 유명세를 누린 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세운상가는 1979년 첫 정비계획이 수립됐지만 2002년에서야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사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수립된 재정비촉진계획도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사업이 멈췄다. 서울시가 지난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세운상가 건물군을 보존하는 방식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내놓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승효상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은 "현재 세운상가 건물을 데크로 이어 남산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보행축을 복원하는 구상을 마쳤다"며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 지하공간 등이 종으로 연결되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Highline Park)처럼 도심 공간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 리모델링이 관건=업계에서도 이 같은 서울시의 세운상가 선도지역 추진을 반기고 있다. 일단 보존형으로 개발 방식이 정해진 만큼 앵커(Anchor)시설인 세운상가의 리모델링을 하루빨리 완료해야 인근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업계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계획이 바뀌면서 피해를 봐왔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사업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재원 마련 추진은 큰 의미가 있다"며 "다만 200억원이라는 적은 금액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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