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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월가, 초단타 매매 놓고 난타전

"고쳐야 할 암 덩어리" vs "유동성 공급 윤활유"

당국선 부당거래 여부 조사


미국 정부가 초단타 매매(HFT)의 불법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물밑 작업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HFT의 해악 여부를 놓고 월가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반 투자가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암 덩어리'라고 혹평하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윤활유'라고 반박하고 있다.

비관론자의 대표는 미 대형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찰스 슈왑 회장이다. 그는 HFT는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일반 거래인보다 1000분의 1초 더 거래를 빨리 해 이익을 따먹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결국 개인들만 피해를 보면서 시장 공정성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슈왑 회장은 "초단타 트레이더들이 잘못된 인센티브구조 탓에 수십억 달러를 챙기면서 시장이 도박화하고 있다"며 "초단타매매는 하루빨리 고쳐야 할 암 덩어리"라고 경고했다. 닐 카시카리도 전 핌코 이사도 "초단타 매매를 규제하지 않으면 미 증시의 '순간 폭락(flash crash)'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2010년 5월6일 미 다우존스지수가 순식간에 1,000포인트 가량 폭락했는데 프로그램화된 HFT가 경쟁적으로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반면 월가 대다수는 HFT가 수수료를 낮춰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관련 리스크가 과장돼 있다고 반박한다. 뱅가드 주식인덱스 그룹의 조 브레넌 대표는 "20년전 경쟁이 없을 때는 투자가들이 브로커, 자산 매니저 등의 단계를 거치며 모든 투자가들이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며 "HFT는 여기저기 흩어진 거래소를 통합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HFT 규제에는 반대하지만 일부 문제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한 매니저는 "일부 약탈적인 HFT 때문에 거래 리스크가 부풀려져 있다"면서도 "투자가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와 안정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금융당국 역시 HFT의 부당거래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의 경우 최소 79개 헤지펀드와 트레이드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정황을 확보하고 1년째 조사 중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HFT 기관들과 주요 거래소들이 불투명한 인센티브, 특정고객의 주문 우선 처리 등을 통해 일반 투자가들에 부당한 피해를 입혔는지 수년 째 조사 중이다. /뉴욕=최형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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