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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에 우울한 소식들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초대형 오프라인서점에 이어 초대형 온라인 서점이 자리를 잡으며 종로서적 등 내로라하던 서점들이 숱하게 문을 닫은 데 이어 영풍문고 강남점도 문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해에는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등을 제작한 중견 출판사 '생각의 나무'가 부도 처리됐고 이레출판사, 태동출판사 등 중견 출판사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올해 1월에는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도서 총판업체 수송사가 부도처리 됐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연매출이 6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컸던 회사다.
IMF이후 지속된 출판업계의 불황은 아직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이어서 공황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출과 이익은 10년 넘게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양극화가 진행되다 못해 이제는 상위 그룹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반품률은 왜 줄어들지 않고, 도서 공급률은 왜 점점 낮아지는가. 절판되는 책은 왜 그리 많나. 소수의 베스트셀러 작가 외에는 전업작가로 살기가 왜 그리 힘든가. 번역서 로열티는 왜 그리 높아지고, 번역자 구하기는 왜 그리 어려운가. 책의 수명은 왜 갈수록 짧아지나.
세계적인 위기의 근원에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 시장 규모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예부터 미디어 환경에 큰 변화가 오면 시장에 큰 충격이 온다는 말이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뒤안에는 TV라는 매체가 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금세기 위기에는 인터넷의 등장이 자리하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통합되는 시장
미국의 대공황 전후 시장의 극심한 혼란과 더불어 빈부격차가 매우 심화됐고 최근 들어서도 시장의 극심한 변화와 더불어 1930년대보다도 훨씬 심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위기의 배경으로 미디어 환경변화와 더불어 시장규모의 변화도 꼽는다. 1930년대 미국은 경제 규모가 타운이나 주정부 단위의 로컬 경제에서 철도 등 교통이 발달하면서 전국단위의 내셔널 경제로 전환하는 시기였고 요즈음은 내셔널 경제에서 국가 간의 교역이 급증하는 글로벌 경제로 전환하는 시기에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파괴와 재탄생이 불가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1930년대에 그랬듯이 지금의 혼란상황에도 해법은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해나가는데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시대가 전체의 미래를 위해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구름에 휩싸여 있는 출판업계에도 다행히 희망적인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전10권)이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 출판된다. 조 작가는 지난 9일 영국 출판사 놀리지펜과 런던에서 '태백산맥'의 영어와 러시아어 출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된 후 이달에 싸게 대중적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페이퍼백으로 출간한다고 한다. 지난해 출간된 양장본은 이미 10쇄를 넘겼고 미국 도서관 대출에서도 인기를 누릴 정도로 인기를 끄는 책 중의 하나라고 한다.
드라마에 이어 K팝이 한류를 타고 전세계를 휩쓰는데 이어 도서 부문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로컬에서 내셔널로 가는 상황에 내셔널 기업이 장악했듯이 내셔널에서 글로벌로 가는 시대에 글로벌을 지향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면 이들 두 사례가 출판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K팝이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세계화 현지화에 나서는 전략들이 참고가 될 수도 있다.
새 플랫폼으로 글로벌 한류 일으키자
이 시대는 특히 글로벌화와 더불어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시장 자체가 환골탈태하고 있다. 우리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종이 책'의 위기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극복하고 간다면 분명 희망이 있다. 한국의 성공경험은 중ㆍ후진국은 물론 위기에 봉착한 선진국에도 성공사례로 확산되고 있다.
출판업자도, 유통업자도, 저자도 글로벌을 지향하는 게 생존의 길이다. 시장의 변화는 우리에게 피눈물을 요구하지만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꾸준히 간다면 미래는 우리들에게서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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