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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1월 10일] 르누아르가 주는 교훈
입력2009-01-09 17:09:59
수정
2009.01.09 17:09:59
[토요산책/1월 10일] 르누아르가 주는 교훈
한소라(서울화랑 관장)
기온은 예년보다 높아졌지만 올해 겨울을 나는 많은 이들은 마음이 춥다. 경제 한파에 마음부터 추워지기 십상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동시대를 살아간 화가들의 경우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캔버스에 남긴 작품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삶의 고단함을 비롯한 아픔을 실감나게 표현한 작가도 있는 반면 줄기차게 밝고 행복한 이미지만을 그린 사람이 있다.
역경서도 밝은 이미지 화폭에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르누아르가 그러한데 그의 그림을 보면 이 사람은 필히 유복하고 풍족한 삶을 살았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 그는 동료 화가들에 비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나 13세부터 도자기 공장의 화공으로 일했고 도자기에 그림을 찍어내는 기술로 일자리를 잃은 후에는 부채나 교회 깃발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또 말년에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고생했는데 손이 비틀려 손가락 사이에 붓을 끼우고 붕대로 고정시킨 채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림에는 절망과 분노가 아닌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고 르누아르의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유명하다. 19세기 후반 대표적인 화가 중 단 한 점도 비극적인 주제를 그리지 않은 유일한 화가라고 한다. 그의 삶이 겉으로 부유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항상 누구보다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르누아르는 우리에게 상황이 우리 마음을 전부 지배할 수 없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일깨워주는 듯하다.
현대 사회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고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ㆍ노력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되고 있다. 이 많은 작가들, 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다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예술은 대단한 것일까. 톨스토이가 말년에 쓴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그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듯하다. 예술, 미(美)라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드는 것 혹은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삶의 최고 목적인 선의 하위에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에 건강하지 않은 의식을 심어준다면 굳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것으로 치부해버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참다운 예술작품이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 속에 새로운 감정을 가져올 경우에만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예술의 사명은, 인간의 행복은 인간 상호 간의 결합에 있다는 진리를 이성의 영역에서 감정의 영역으로 옮겨 현재 지배하고 있는 폭력 대신 신(神)의 세계, 즉 인간의 최고 목적으로 간주되는 사랑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문구를 그대로 옮기지 않더라도 모두가 지향하는 보기 좋은 사회에서의 예술의 모습은 일치하지 않을까.
새해부터 예술가들이 잇따라 전시회 수익금을 기부하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하다. 재불 여류화가 한미키씨가 판매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하고 전시회를 개최했고 사진작가 김중만씨도 청담동에서 열린 전시의 수익을 자선단체에 모금할 예정이다. 또 서울화랑에서도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이 그동안 자신이 그린 누드와 자화상, 인사동 풍경 등 크로키 작품 전시회를 열어 이웃 돕기에 일조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굳이 물질적 도움으로 기부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모습은 참예술의 아름다움을 말해준다.
어려울수록 마음은 행복하게
많은 이들이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서 삶을 바라보는 온화한 시선, 행복이 가득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느껴지는 그 느낌만을 넘어서 우리 자신도 자신의 마음속 캔버스에 르누아르보다 더한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현실이 우리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것보다 우리 마음과 생각이 현실에 더 영향을 주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캔버스에 무엇을 그릴지는 각자의 선택이고 그것은 르누아르의 작품처럼 어떤식으로든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09년은 당신의 하얀 캔버스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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