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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배출감축에 합의하자마자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 경제는 석탄산업을 겨냥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상적인 전쟁을 수용할 수 없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결국 중산층 가정과 광부들에 대한 압박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간선거에서 완패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화당이 대놓고 어깃장을 놓으면서 레임덕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새 의회 임기가 시작되는 1월까지는 아직 한 달 반 남짓 남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장악에 앞서 민주당 기세 꺾기에 온 힘을 쏟으면서 사실상 오바마 정부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공화당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안 그래도 힘든 미국 재계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이라며 극구 반대하는 것이죠. 중국과 합의하면서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겠지만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유쾌할 리 없는 상황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개인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 골은 더 깊이 패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자마자 ‘아니, 난 동의하지 않습니다. 말도 안됩니다.’라고 반박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겪고 싶지 않은 순간이죠. 특히 여러 사람과 함께 있었다거나 그 자리에서 재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 날은 쉽게 잠들 수가 없습니다. ‘아, 여기서 이렇게 얘기 했어야 해.’라며 당시 상황을 여러 번 곱씹고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다음 번에는 절대 똑같이 당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될수록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맙니다. 결국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 소모전. 갈등은 당사자에게 골치 아픈 상황만 안겨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경영학의 대가인 톰 피터스는 “두 사람이 업무에 대해 항상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불필요한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갈등이 없다면 누군가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조직 행동 연구자들은 적당한 갈등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생각과 신념을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더 좋은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믿음을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일본의 자동차 회사, 닛산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근교의 닛산디자인센터(Nissan Design America)는 1979년 설립 당시 독특한 고용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을 위해서 업무 스타일, 가치관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두 디자이너를 고용해 함께 일하도록 한 것입니다. 접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닛산의 중형차 브랜드인 알티마, SUV 브랜드인 패스파인더,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 등 소비자들에게 호평 받는 상품들의 1세대 디자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대니얼 레비 교수는 갈등을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해칠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작용’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신념이 위협받을 때도 갈등은 촉발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 배제하기’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반박하는 의견을 냈을 때 본능적으로 ‘공격’이라고 인지하고 심리적 방어 기제를 작동합니다. 이런 상황의 대부분은 당사자가 봤을 때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이는 경우입니다. 정치공학적 관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분명 누군가는 상상도 못할 만큼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게 뻔합니다. 관점이나 의견의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은 중재 노력과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감정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순간,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는 셈입니다.
‘저 사람이 대체 나한테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사사건건 부딪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혹시 그렇다면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때 강한 부정으로 상대방이 무안하게 한 경험은 없었는지 스스로 되돌아 보십시오. ‘언젠가 꼭 되갚아 주겠다’며 누군가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을지 모릅니다. 적절한 갈등을 생산성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이 ‘감정적 반박’으로 보이지 않게 노력해야 합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하면 그 이후에 아무리 잘해도 바로 잡는 게 곱절은 더 힘든 법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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