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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규제'에 갇힌 금융사 보신행정이 보신경영 부추겨

대통령이 질타한 '금융 보신주의' 누구 책임인가

금감원 "감사원 문책 피해라"… 과도한 검사·제재로 악순환

지난해 말 금융회사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금융 당국의 한 간부는 앞으로 국내 은행도 미국 은행처럼 비이자수익(수수료 등)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 간부는 "후폭풍이 심해서 다시는 그런 말을 꺼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예대마진에만 치우친 수익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당국도 이에 공감한 지 오래지만 여론을 의식해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생각을 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확대 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금융권은 "당국의 보신주의부터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내놓고 있다.

기술금융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결국 수수료 합리와 등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그림자 규제'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규제개혁방안 발표에서 "수수료 체계 등 가격 통제 부분도 차차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은 이에 대해 "결국은 '내 임기 동안에는 안 된다'는 님트(Not in my term)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감사원 문책 공포에서 비롯된 금융감독원의 과도한 검사 및 제재도 금융회사를 보신주의라는 벽에 싸매어 놓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은 후 금감원 검사국에는 절대 내가 책임은 지는 일은 피하겠다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국은 감사원의 문책을 피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금감원의 제재를 피해야 하니 금융권 전체에 보신주의가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 업계와 저축은행 업계에서 금융 당국 보신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도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당국이 책임져주나'라는 반문과 냉소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대표적인 것이 '천송이 코트' 논란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온라인 간편 결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카드 업계는 섣불리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금융사고 등 부작용이 발생할까 우려가 깊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나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당국은 또다시 뒷짐을 지고 금융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니냐"고 말했다.

당국 지침에 따라 경험도 없는 기업금융을 강화해야 하는 캐피털 업계의 시름 또한 깊다. 개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 비율이 높은 곳들은 사실상 업종을 바꾸는 것과 같은 충격을 예상하고 있다. 한 캐피털사 임원은 "캐피털사가 자동차 할부나 소매금융을 자꾸 늘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리스크가 큰 기업금융을 강제적으로 늘려 생긴 부실은 결국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데 누가 손들고 기업금융을 하겠느냐"고 읍소했다.

줄폐업 이후 건전성 기준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저축은행도 할 말은 많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들을 상대하면서 금리는 중금리로 하고 동시에 건전성은 1금융권 수준으로 맞추라는 것은 당국의 보신주의에서 비롯된 모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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