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제1목표인 물가안정을 포기하면서까지 ECB가 금리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유로존 경기침체가 예상 밖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이번에 금리가 인하되면 경기회복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해온 유로화 강세를 누그러뜨리면서 동시에 0%대의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인 2% 안팎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고작 0.7%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위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저(低)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협요소"(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라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독일 분데스방크도 최근 들어 기존 긴축 입장을 선회하는 등 대부분의 유로존 국가가 금리인하와 통화완화 기조에 동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유럽권 언론들 역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에게 "이제 수문을 열 시간"이라며 조속한 부양책 실시를 주문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쟁이나 경제위기 때 외에는 쓰지 않는 긴급 조치인 셈이다. ECB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까지 동원하듯이 우리 경제부처와 한국은행도 세월호 참사 이후 현실화하고 있는 소비침체와 경기위축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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