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엔화 가치 폭등으로 경영 한계에 도달했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에 외환 시장 개입을 촉구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요타의 오자와 사토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회견에서 “CFO로서 일본 내 생산을 고집하는 것에 의문이 든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달러당 80엔대 상황에서 일본 내 생산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 외환당국에 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를 낮춰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앞서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는 일본회사이자 주요 생산기지는 일본”이라는 발언과도 정면 배치된다. 도요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연도에 도요타가 엔화 가치 폭등으로 본 손실 규모는 2,900억 엔에 이르며 지난 3년간 손실액은 1조 3,700억 엔에 달한다.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2008년 이후 30% 가까이 상승했으며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계속해서 80엔대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앞서 도요타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90엔 밑으로 떨어질 경우 수출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악재가 겹치면서 도요타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도요타는 이날 2010회계연도 4ㆍ4분기(올해 1~3월) 순이익이 대지진과 엔고 여파로 254억 엔에 그쳐 전년동기대비 77%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차량 생산량이 17만대나 줄어들고 1,100억 엔의 금융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4ㆍ4분기 차량 판매대수도 179만대를 기록해 GM(220만대), 폭스바겐(199만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분기 판매 대수 기준으로 도요타의 시장 점유율이 3위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요타는 그 동안 일본에서 차를 만들어 해외에서 내다파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엔고 여파로 그 원칙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도요타의 라이벌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엔고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속속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닛산의 경우 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일본으로 역수출 하고 있으며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로그(Rogue)의 경우 미국 미시시피주 캔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WSJ은 “다른 업체와 달리 일본 내 생산비중이 높은 도요타가 엔고의 파고를 견디지 못할 경우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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