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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서촌으로 간 피맛골


서울 청진동 소재의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의 거리였다. 조선 백성들은 한양의 번화가인 종로에서 말을 탄 고관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거나 아예 뒤안길로 피하고 봐야 했다. 그래서 자연히 후미진 뒷골목에 피마(避馬)라는 이름이 붙었고 피마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이 들어섰다. 해방 후 피맛골은 종로통 먹자골목으로 위상이 변하면서 술 한잔에 푸짐한 안주를 찾는 샐러리맨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피맛골의 퇴근길엔 빈대떡·생선구이·낙지볶음·해장국을 파는 실비집마다 직장인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맥막' '고갈비' 같은 신조어도 피맛골에서 생겼다. 1970년대 신문을 보면 맥주와 막걸리를 섞은 맥막을 마시다 파출소 철창 신세를 진 젊은이들이 나오고 고갈비에 탁배기를 곁들이던 모습은 조금 나이 든 직장인들에게는 여전히 아련한 추억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개발 논리에 밀리면서 피맛골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요즘 제2의 피맛골이 서촌 체부동의 금천교시장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낮에는 평범한 시장이지만 밤만 되면 70~80곳 음식점이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먹자골목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또 하나의 서촌 명물 통인시장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기름떡볶이'집을 방문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서촌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경교장과 홍난파 가옥, 윤동주 문학관, 이상의 집 등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이 많다. 최근엔 이곳도 일본인과 중국인 여행객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 상인들은 반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늘게 되면 임대료가 오를 테고 결국 청진동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서민들이 고관들이 타던 말을 피해야 했다면 생계형 상인들에게는 개발 바람을 피하는 게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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