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의 눈/12월 30일] 최악의 국회
입력2009-12-29 19:11:04
수정
2009.12.29 19:11:04
"이런 국회는 세계에 없을 것이다."
연말 쟁점법안 처리로 빚어진 국회 파행사태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놀랍게도 이 발언은 올해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난과 선물을 들고 상도동 자택으로 찾아온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얘기를 나누던 중 꺼낸 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럴 바에는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야당도 이렇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김 전 대통령의 쓴소리는 '소 귀에 경 읽기'가 됐다.
올해에도 이 쓴소리가 똑같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성탄절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은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내 말을) 꼭 좀 전해달라"며 최근 예산을 둘러싼 연말 정국에 대해 "하늘 아래 이런 국회가 있는가"라고 우려 섞인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대에도 야당은 예산에 반대하면서도 국회 통과를 시켜줬는데 지금은 정당한 이유도 없이 막무가내로 막고 있다"며 "세계에 부끄럽고 국민에게 부끄럽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말은 마치 연말 연휴마다 해묵은 영화 필름을 틀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같다. 김 전 대통령이 되풀이하는 쓴소리가 아니더라도 국민은 매년 반복되는 눈꼴사나운 국회의 행태를 볼 때마다 답답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시한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은 열흘을 훌쩍 넘긴 예결위 회의장 점거농성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 경신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정치 역사상 하늘 아래 이런 신기록은 없을 듯하다.
꼭 민주당만 탓할 생각은 없다. 국민은 이런 국회의 행태를 보면서 정치인을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 조금의 양보 없이는 어떤 협상도 이뤄질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대다수 국민은 실생활에서 여실히 깨닫고 있는데 오직 국회의원들만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 국회의 불명예스런 신기록 행진이 올해로 끝나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