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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골 때리는 설정, 골 때리는 풍자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열린책들 펴냄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빈민촌에서 태어난 까막눈 여자가 자라나 어느 이 감자 트럭에서 스웨덴 국왕과 수상을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요나스 요나손이 이번엔 더 '골 때리는 설정'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재치는 더욱 기발해졌고 풍자는 통렬하다.

전작의 주인공인 폭탄제조의 달인 '알란'이 영혼은 순수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덜 떨어진 인물이었다면,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 소녀 '놈베코'는 영특하다.

남아공 빈민촌의 소녀 놈베코.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지 못한 채 다섯 살 때부터 생계를 위해 똥통을 나르지만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다. '95 X 92'의 답을 구하는 무학력 소녀의 셈법은 범상치 않다. "95는 100-5, 92는 100-8. 100-(5+8)=87. 5X8=40. 따라서 87에 40을 붙이면 8,740." 세상 셈법에도 밝은 놈베코는 문학 애호가인 이웃에게서 글을 배우고, 라디오를 통해 화법을 익힌다. 우연히 손에 넣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당당히 똥통 같은 빈민촌을 탈출한 소녀. 소녀는 알란이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내전 속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하고 스탈린에게 조언을 하는 등 20세기 역사에 관여했던 것처럼 우연을 타고 핵폭탄 개발 비밀 연구소의 핵심 인력이 된다. 부자 아빠 덕에 남아공 최고의 핵 전문가가 됐지만, 실상은 간단한 수식조차 모르는 엔지니어를 뒷받침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엔지니어의 실수로 핵폭탄 하나가 주문량을 초과해 생산되고, 놈베코는 또 '어쩌다' 이 잉여의 핵폭탄을 떠안고 스웨덴으로 떠나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다. 핵폭탄을 중심으로 쌍둥이 형제 홀예르1과 홀예르2, 짝퉁 사기를 일삼는 중국인 세 자매, 세상 모든 일에 분통을 터뜨리는 '휘발유 소녀', 자신의 태생은 백작부인이란 환상에 빠진 감자 농사꾼, 농부가 꿈이었던 철없는 국왕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엮여 시끌벅적하게 세계 평화를 지켜낸다. 존재 자체가 시한폭탄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계획을 주도하는 건 늘 배운 거 없는 까막눈이 흑인 여자다. 진짜 핵폭탄과 주변의 인간 시한폭탄까지 잘 다스려 행복을 쟁취하는 놈베코. 작가는 골 때리는 설정과 골 때리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진정한 세상 셈법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건넨다. 참고로 글 서두에 낸 확률 퀴즈의 정답은 457억6,621만2,810분의 1이다. 롬베코의 계산에 따르면 말이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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