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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유럽을 홀리다] 재조명 받는 단색화 여백의 미 … "걸어둔 작품 다 팔렸어요"

■ 미술계 월드컵 '아트바젤' 가보니

서양 미니멀리즘과 화풍 유사… 이우환·윤형근·정창섭 등 인기

34개국 280여개 화랑 참여… 피카소 등 수백억 작품 수두룩

출품작 보험평가액 4조 넘어

세계 각지에서 온 컬렉터들이 17일 아트바젤에 참가한 한국의 대표화랑 국제갤러리 부스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제 갤러리는 이우환을 비롯해 한국의 단색화 대표작가인 정창섭,박서보,하종현 등의 작품을 선보여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단색화는 솔드아웃(sold out·매진), 다 팔렸습니다. 이우환의 설치작품은 유럽 컬렉터가 방금 20만 불에 사갔어요."(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단색화 작가인 윤형근의 작품은 영국의 미술관 보드멤버(미술관 운영과 소장품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원)에게 팔렸습니다."(박경미 PKM갤러리 대표)

미술계의 '월드컵'으로 통하는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ART BASEL)이 19일(현지시간) 공식 개막에 앞서 17일 '퍼스트 초이스' 카드를 소지한 VVIP들에게 맨 먼저 전시장을 공개했다. 그야말로 구매력 있는 최고의 부자들에게 우선 구매권을 준 것으로 아트페어의 성패는 사실상 이날 결정된다. 전세기를 타고 행사장을 찾은 세계적 부호들도 이곳에서만은 발 편한 신발이 닳을 정도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먼저 확보하려 애쓴다.

◇이우환 우량주 단색화 브랜드 인기=올해 아트바젤의 스타는 단연 이우환이다. 최근 파리 베르사유궁의 전시 개막과 함께 유럽 언론이 대대적으로 그를 조명했고, 세계 최대 화랑인 페이스갤러리는 이우환과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으로만 부스를 채웠다. 돌과 철판으로 이뤄진 설치작품을 비롯해 '선으로부터' '조응' 등 그의 대표작 앞에서 큰손 컬렉터들이 "There's Ufan Lee(이우환이야)"를 외칠 정도였다. 이우환을 시장주도주 격 우량주로 한국의 '단색화'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이 달아올랐다. 한 두개의 색채로 표현하는 단색화, 일명 모노크롬은 1960년~1970년대를 관통한 한국의 미술경향으로 2007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여백의 발견',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단색화전'을 통해 조명받았다. 미술사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찬밥신세던 단색화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한국의 단색화가 한국미술의 브랜드로 자리 잡자 해외 유수의 미술관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중"이라며 "이우환은 물론 정창섭,박서보,하종현 등 오늘 걸어둔 단색화는 다 팔렸다"고 귀띔했다. 뉴욕·베이징·런던에 지점을 둔 페이스갤러리의 관계자는 "한국 단색화는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화풍,시기적 측면에서 유사점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미술품 명품시장=올해로 45회째인 아트바젤에는 2,500만달러(약 255억원)짜리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앤디 워홀의 3,200만달러(약 327억원)짜리 자화상 등 34개국 285개 화랑이 약 4,000여 작가의 작품을 내놓았다. 금융위기에서 일찍 빠져나온 글로벌 미술시장은 지난해 최고의 호황을 누렸으며, 수천억원어치의 작품이 거래되는 아트바젤이 "올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출품작에 대한 보험평가액도 역대 최대인 40억달러(4조860억원)라고 이 행사의 협력업체인 보험회사 악사(AXA)는 밝혔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상업성 행사지만 아트바젤은 매매와 함께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보여주는 전시 행사 성격이 강하다. 비엔날레급 전시 수준으로 최첨단 예술경향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미술품 애호가와 세계적 작가들의 교류 장소이기도 하다. 올해는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전시인 '14개의 방'이 신설됐고, 설치작품 특별전 '언리미티드'는 규모를 더 키워 볼거리를 제공했다. 올해 아트바젤은 19~22일 열리며 관람객 수 8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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