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디지털콘텐츠 산업 육성하자

위정현<중앙대 교수ㆍ경영학>

지난해 말 원유가 급등에 의해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의 경우 부존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시장의 원자재가격 변동에 커다란 영향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 중 유일하게 이런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이 있다. 그것은 디지털콘텐츠산업이다.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대규모 설비나 원자재가 거의 소요되지 않고 주로 고급 인적자원에 의존하는 산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점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피터 페르디난트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의 말을 빌리자면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지식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지식기반경제의 중추가 될 만한 한국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이 고작 일본이나 미국 기업의 하청공장 수준에 머물었던 반면 현재 디지털 기반의 콘텐츠산업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싸이월드와 같은 커뮤니티와 아바타 서비스, 온라인 게임에서의 유료 아이템 판매에 의한 수익 모델 등은 각국 기업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디지털콘텐츠산업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이 선점하고 있던 세계의 모바일 콘텐츠나 온라인 게임시장에 미국이나 일본 기업, 심지어는 중국 기업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중국의 거대 게임 퍼블리셔 샨다에 의한 한국 게임 개발사 액토즈소프트의 인수는 바로 이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상징하는 한 사건이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될 경우 한국이 개화시킨 디지털콘텐츠의 결실은 미국이나 일본ㆍ중국 기업이 수확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처할 만한 국내 디지털콘텐츠기업의 역량은 극히 취약한 상태이다.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 능력, 글로벌 마케팅 능력, 경영 능력의 결여는 한국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질적 도약을 가로 막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정부 정책상의 미숙이다. 디지털콘텐츠의 중요 특성 중 하나는 ‘융합성’이다. 게임이나 캐릭터ㆍ음성ㆍ영상 등의 각 콘텐츠 요소와 기술이 다양한 플랫폼 위에 통합돼가는 것이 디지털콘텐츠의 특성이다. 이 점이 하드웨어 제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여전히 제조업 기반과 동일하게 각 영역별로 할거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은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수출 지원은 산업자원부, 콘텐츠 제작은 문화관광부 하는 식으로 정부의 각 부처 역할이 수평으로 분할돼 있다. 최근 해외 해커들의 소스 코드 해킹이나 국내 핵심 기술자의 해외유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가정보원 역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된 정부 조직구조 아래서 서로 유기적인 협력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업무 중복에 의한 예산 낭비도 심각하다. 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술, 콘텐츠, 글로벌 마케팅 등의 통합된 역량을 바탕으로 육성된다. 기술과 콘텐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것이 해외 마케팅과 결합될 때 비로소 강력한 경쟁 우위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분할된 정부 구조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의 문제 해결을 지원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부구조는 부처간의 협력과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총리실이나 대통령 산하의 위원회 구조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자유는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안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콘텐츠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디지털콘텐츠 르네상스가 좌절되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안다면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