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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외환은행·LG카드 매각의 교훈
입력2006-03-29 16:48:48
수정
2006.03.29 16:48:48
외환은행과 LG카드. 2년여 전만 해도 금융계의 골칫덩어리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미운 오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백조로 변신해 서로 가져가겠다고 다투고 있다. 외환은행은 일단 국민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이변이 없는 한 국민은행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LG카드도 엊그제 매각공고를 냈고 올 여름께는 옛 둥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지분매각으로 4조5,000억원, LG카드의 채권은행들은 1조3,000억원의 이익을 얻게 되리라는 소식이다. 둘 다 새 주인을 맞고 엄청난 차익을 거두지만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못마땅한 시각들이 많다.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국인인데다 매각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 등이 세금을 물리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예측불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부활
스타타워빌딩을 매각하면서 부과된 1,400억원의 세금에 대해 불복한 론스타이고 보면 쉬운 상대는 아닌 것 같다.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도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론스타의 행태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거스르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 감정을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사태해결에 바람직스럽지 않다. 론스타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론스타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의 무능과 무지, 무소신, 허술한 법률과 제도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까지 넘어갈 수밖에 없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3년 초로 거슬러 가보자.
정부는 당시 부실은행인 외환은행의 매각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이 부실화하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외환은행을 처리하지 않으면 금융산업 자체가 위태로울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조차 손을 떼겠다고 나설 정도였다. 결국 방법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퍼붓거나 매각하는 길밖에 없었지만 정부는 여론 때문에 공적자금도 지원하지 못했다.
남은 선택은 매각하는 길밖에 없다. 국내외 금융회사에 외환은행의 인수를 타진했으나 모두 손사래를 쳤다. 국내 은행들은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려웠고 외국계 은행들은 돈이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까지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능력이 부족했던 게 원인이었지 론스타를 탓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LG카드도 외환은행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주주는 채권단의 증자요구를 받아들이다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다른 금융계열사와 함께 LG카드의 경영권을 포기했다. 결국 LG카드 사태의 해결은 다시 정부의 몫으로 돌아갔다. 채권단에 출자를 종용했지만 역시 돈이 안된다며 청산하자는 주장 일색이었다. 정부는 채권단의 출자를 고집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LG카드는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영업력 강화에 힘입어 재기했다. 매각을 앞둔 LG카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5조원이나 붙었고 출자를 기피했던 채권단들은 이제 1조3,000억원의 지분매각 차익을 얻게 됐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위기극복 자신감이 중요
외환은행과 LG카드의 부활에는 관치가 크게 작용했다. 부도위기를 극복하고 회생했다는 결과만을 놓고 보면 둘 다 성공한 관치다. 그러나 국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외환은행은 실패한 관치, LG카드는 성공한 관치라고 하면 너무 국수주의적인 잣대일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외환은행에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등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였다면 국부유출이라는 논란이 빚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의 투기자본보다는 국내 산업자본에 일단 매각한 뒤 시장이 안정되면 지금처럼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대안이었을 수 있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힘과 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용기와 자신감도 중요하다. 외환은행과 LG카드는 우리가 자신감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음을 교훈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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