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키의 계절이 돌아왔다. 쌓인 눈을 보면서 스키어들은 벌써 가슴이 설렌다. 하얀 눈길을 헤치고 바람을 가르며 슬로프를 달리는 것은 스키를 타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최상의 감동이다. 특히 올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키 등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경기둔화와 레저 취향의 변화는 감지된다. 겨울철 대표 레저스포츠인 스키 인구가 정체돼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을 고비로 이런 기조는 확연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각 스키장은 젊은 스키어와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키어들이 더욱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전은 기본, 다양한 이벤트로 무장=올 2014~2015시즌에 국내 스키장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안전이다. 올 초부터 대형 사고가 이어지면서 대형 레저시설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스키장은 안전시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 슬로프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리프트와 곤돌라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부상자 발생에 대비해 응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다. 안전을 기본으로 하고 스키장들이 다음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보다 편리한 접근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도심을 중심으로 많은 레저시설이 들어서는 가운데 스키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쉽게 스키어들이 스키장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전철이나 철도로 접근 가능하다는 것도 홍보하고 있다. 당일치기 스키어들을 흡수하려는 노력이다.
올해 스키장의 화두는 젊은 층과 함께 가족 단위 방문객이다. 우선 젊은 층에는 최고 설질과 시설의 스키장과 각종 이벤트를, 가족단위 고객에게는 어린이 대상 스키 강습을 각각 홍보하고 있다. 스키학교는 새로운 어린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한다.
스키장 내 시스템은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 스키어들이 보다 편리하고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절차의 시스템화다. 전자출입체계(RFID) 시스템 등을 통해 스키어들이 대기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했다.
휘닉스파크 관계자는 "3년여 남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키 활성화 위한 공동 노력 필요=2012~2013년 시즌 기준 국내 전체 스키장은 19곳, 전체 입장객은 631만명이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최근 몇 년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매년 10%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한 스키 방문객들은 2007~2008년 시즌 664만명으로 600만명선을 돌파한 후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스키장 공급과잉으로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있다.
운영 중인 스키장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각 스키장이 입장객 수와 지출액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개별적인 경쟁은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평리조트다. 스키시즌이 시작되면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처음 개장하느냐다.
용평리조트는 '첫 주자'라는 홍보효과와 함께 인공눈을 만드는 제설능력을 자신했는지 4일 개장을 공지했다. 지난해보다도 일주일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 인공눈이 녹자 부랴부랴 개장을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용평리조트는 결국 강원도 평창에 소재한 휘닉스파크와 함께 13일에 개장했다.
개장경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공눈을 만드는 작업인 제설과정에서 비용지출이 심하다는 것과 함께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다. 최근에도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제설기를 동원해 만든 인공눈으로는 충분치 않아 앞서 개장한 스키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엘리시안강촌의 한 관계자는 "같은 가격에 산 시즌권인데 왜 우리는 늦게 개장하느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한 곳이 먼저 개장해버리면 다른 스키장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 등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동계레포츠 분위기를 확산시킬 국내 스키장들의 공동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관련협회가 있지만 아직은 안전홍보에 그치는 상황이다. 안전감독 외에는 정부 지원책도 미흡하다. 스키를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내 담당은 테마파크나 승마 같은 관광·레저가 아니고 체육 파트다. 국민들의 레저활동보다는 전문선수 발굴과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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