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준공 후 미분양)인데 감정가보다 낮춰 팔아라.”(정부) “분양가는 아니더라도 감정가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업체) 정부가 10만가구가 넘는 지방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매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가격 차이로 단 한 가구도 사들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작년 9월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미분양주택 5,000가구를 직접 사들이고 2만 가구에 대해서는 민간펀드 조성 등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23일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는 작년 말부터 미분양 주택 중 매입대상 신청을 받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입가격에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업체들이 매입해 달라고 신청한 가구는 4,542가구로 이 가운데 1,900여가구 감정평가가 끝나 실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매입이 확정된 가구는 없다. 이는 정부와 업체가 가격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사가 업체에 제시하는 가격은 감정가의 80%선이다. 업체들이 애초 분양했던 가격은 고려되지 않으며 2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가를 평균해 이보다 20% 낮게 매입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최소한 감정가격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변 시세가 떨어져 감정가격이 분양가보다 형편없이 떨어졌는데 이보다 더 싸게 매입한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분양 매입은 주택업체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부의 생색내기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주택공사 관계자는 “업체들은 낮게는 감정가의 90%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감정가의 110%를 적용해 달라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분양 아파트는 정부 공식 집계로 작년 11월말 현재 10만1,500가구이며 업계는 20만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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