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강등했다. 아르헨티나의 신용부도스와프(CDS)의 가산금리도 폭등하며 디폴트 우려를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S&P는 이날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2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CCC-' 등급은 가장 낮은 투자등급인 'BBB-'보다 9단계나 낮고 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최저 등급이다. 이 같은 신용 강등은 전날 미국 대법원이 아르헨티나에 대해 지난 2001년 디폴트 당시 채무 재조정을 거부한 일부 미국계 헤지펀드에 13억3,000만달러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S&P는 "아르헨티나는 이달 말까지 채권자에게 2억2,500만달러의 이자를 물어줘야 하고 오는 9월, 10월에도 수천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며 "예기치 못한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한 6개월 안에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지거나 채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S&P는 아르헨티나가 기존 채무 상환이나 재조정에 차질을 빚으면 '선택적 디폴트' 등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금융시장도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대법원 판결 소식이 나온 1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지수는 10% 넘게 폭락했고 2017년 만기 미 달러 표시 글로벌채권 수익률은 15일 11.545%에서 하루 만에 15.833%로 폭등했다. 아르헨티나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국채 5년물 CDS 가산금리(프리미엄)도 27.2711%까지 치솟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13일과 비교하면 2거래일 만에 9.10421%(910.421bp) 폭등한 것.
비록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책발표가 나오고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17일 메르발지수가 3.8% 반등했지만 디폴트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리서치 그룹인 IHS의 브라이언 로슨 글로벌 컨설턴트는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국가 펀더멘털이 변했기 때문에 상황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현재 달러당 8페소 수준에서 올해 말 12.2페소, 내년 말 15.6페소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대법원의 결정이 앞으로 금융위기 때 국제공조를 무너뜨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권자들이 너도나도 채무 재조정을 거부하면서 신속한 구제금융 지원을 통한 위기국의 구조개혁 작업이 어려워지고 위기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성명에서 "부채 부담이 큰 국가들의 채무 재조정 진행에 악영향을 주는 등 보다 광범위한 시스템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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