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을 광역시 개념으로 묶는 수도권 일체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의 약칭)로 불리는 이 지역이 광역시로 통합되면 세계 최대의 메가시티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ㆍNDRC)가 추진하고 있는 징진지 프로젝트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신형도시화의 거대 모델이다. 중국은 '국가신형도시화계획(2014~2020)'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53.7%에 머물고 있는 도시화율을 2020년까지 60%로 높이고 1억명의 농민을 도시인구로 편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도시화를 바탕으로 내수를 키워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체질에도 변화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도시화율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7조 위안(약 1,225조원)의 내수확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형도시화 사업으로 10년간 40조 위안(6,800조원)의 투자가 유발돼 중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치 아픈 베이징의 스모그도 징진지 프로젝트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광역도시로 도시 범위를 넓혀 베이징의 과밀인구와 오염 유발 산업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성장제일주의에서 사람중심으로 경제발전의 틀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지방정부들이 베이징의 욕심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세계 최대 메가시티 탄생=징진지를 둘러싼 인구는 대략 3억명에 달한다. 세 지역을 합친 면적은 21만6,000㎢로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면적(21만9,000㎢)과 비슷하다. 광역도시권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징진지 프로젝트는 제12차 5개년 계획(12·5 규획)에 명시된 수도경제권 추진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말부터 구체화됐다. 특히 지난 2월 말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ㆍ톈진ㆍ허베이 발전 좌담회를 주관하며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난개발을 막고 심각한 스모그를 퇴치하기 위해 3개 시·성을 포괄하는 징진지 일체화 개발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가속을 붙이고 있다. 발개위는 징진지 프로젝트의 목표를 수도의 기능을 최적화하고 보하이(발해) 지역경제의 상승전환에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프라 구축은 이미 진행 중이다. 베이징 외곽에 900km가 넘는 초대형 순환도로도 내년 개통된다. 장자커우, 청더, 랑팡, 줘저우를 잇는 대형외곽순환도로는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와도 연관된다. 내년 완공되는 순환도로는 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1~6환'까지 이어진 도로에 이어 7환으로 불려지고 있다. 2020년까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시가 3개의 고속도로로 연결되며 철도로도 1시간 이내의 생활권으로 묶일 예정이다.
◇공해배출 기업 베이징 밖으로 이전= 징진지 일체화 계획의 핵심은 베이징시의 과밀화 해소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 등이 위치한 지역을 비워 공원이나 주택가 또는 문화구역으로 조성하고 과밀화된 인구를 허베이성 등으로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계획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전 대상 기업 1,000여개중 최근 1차로 207개 기업을 외곽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기업의 구체적인 명단은 대외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화학공업, 가구제조, 건설재료, 의류방직, 주조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이른바 '3고1저' 산업 위주라고 중국 제일재경보는 보도했다. '3고1저'란 '고투입', '고에너지소모', '고오염', '저효율'을 의미한다.
앞서 베이징시 정부는 지난해 9월 공기정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대기오염 기업 1,200곳을 퇴출할 방침을 밝혔다. 베이징시는 지난해 화학업종, 석탄가공 등 200개 기업을 퇴출시킨데 이어 2014년에는 500개, 2015년에는 셰일벽돌 생산공장 등 800개 오염기업을 폐쇄해 2016년까지 1200개 오염 업체를 도태시킨다는 방침이다.
◇대도시와 지방 갈등 불거져=베이징시의 오염기업을 받아야 하는 허베이성은 달갑지 않다.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에너지소모가 많은 낙후된 업종들이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 성장을 목표로 무작정 공장 유치에 뛰어들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허베이성 랑팡은 징진지 일체화에 따른 이전되는 오염공장을 받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펑샤오후이 랑팡시장은 중국 라디오망과의 인터뷰에서 "베이징이 필요 없는 오염공장은 랑팡시도 필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성장만으로는 도시화를 성공할 수 없다는 변화를 랑팡시가 보여준 셈이다. 랑팡시는 베이징 중심에서 40여㎞ 떨어진 '위성 도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베이징에 반기를 든 것은 스모그 등 환경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최근 랑팡시는 초미세먼지(PM 2.5) 지수가 400㎍/㎥ 이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16배를 넘는 지독한 스모그에 닷새간 시달렸다. 펑 시장은 대신 "과학기술·교육·의료·전시 등 생태 보호 산업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행정수도 이전을 기대하며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베이징 외곽 통조우와 허베이성의 옌자오도 이번 징진지 일체화에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징진지 발표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조우의 경우 2012년 1㎡당 2만6,000위안(약 435만원)에 분양됐던 아파트의 최근 판매시세가 1만 5,900위안(약 266만원)으로 떨어졌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3만 위안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가격이 38%나 하락했다. 엔자오도 마찬가지다. 9,000~1만 3,000위안이던 아파트 가격은 모두 1만 위안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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