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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홍콩, 미국 금리인상에 가장 취약

신용팽창·환율 유연성 부족

아시아 국가중 대응력 떨어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아시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경제 리서치 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대니얼 마틴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최근 수년간 급격한 신용 팽창, 환율 유연성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어 미국의 금리인상 리스크에 취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며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반면 싱가포르 환율은 특정 범위에서만 움직이고 홍콩달러는 달러에 고정돼 있어 위기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마틴은 연준의 통화긴축 때는 이들 나라의 금리도 급등하며 부동산 등 신용거품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수년간 초저금리로 투기가 확산되며 싱가포르 주택 가격은 2009년 이후 60%나 급등했고 홍콩도 두 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와 홍콩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80%, 60%로 올라갔다. 현재 싱가포르 금리는 0.21%, 홍콩은 0.41%에 불과하다. 마틴은 "상대적으로 홍콩 주택 시장의 거품이 더 심각하고 가격 하락폭도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마틴은 가계보다 기업이 연준 금리인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의 부채는 2004~2007년 GDP 대비 45%에서 지난해 90%로 늘었다. 홍콩 기업의 부채도 2003~2007년 80%에서 지난해 120%로 급증했다.



다만 그는 "두 나라의 금융 시스템과 정부 재정이 건전한데다 세계 무역도 회복되고 있다"며 "전면적 위기보다는 앞으로 몇년간 저성장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싱가포르·홍콩도 연준 출구전략의 태풍권에 들겠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아직은 더 많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마이클 완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은행권 자본도 탄탄해 충격에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인도·인도네시아가 연준 통화긴축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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