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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아트펀드 투자의 왕도

최근 미술품을 감상의 차원을 넘어 투자상품의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아트펀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 대상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 투자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분명 미술품도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면 이익이 생기는 투자 대상 상품이다. 예를 들면 구미 미술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파인아트펀드는 지난 2004년부터 미술품에 투자를 시작해 평균 수익률 35%를 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듯 해외에서는 작가별, 사조별로 다양한 가격지수들이 나와 투자 대상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옥션에서도 이러한 취지로 지난 7년간의 미술품 거래를 분석한 지수를 내놓은 바 있다. 금융권에서도 PB 영업이 중요시되면서 초보 단계이기는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이 자산 운용의 한 부분으로 미술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금융권에서 미술품 투자가 PB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인기 강의가 된 것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미술품이 분명 투자 대상의 상품이기는 하지만 미술품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단지 투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80년대 말 일본인들의 미술품 투자 행태에서 이러한 실패 사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작품 중에 빈센트 반 고흐의 ‘가세 의사의 초상화’와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라는 작품은 90년에 한 일본인 소장자에게 낙찰됐는데 지금까지도 미술품 투자의 대표적인 거품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당시 일본인들은 정점의 부동산경기를 발판 삼아 무차별적으로 미술품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들 작품을 경매에서 낙찰받고 이 작품들을 담보로 제공해 다시 미술품을 구매하는 전형적인 투기 행태를 보였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담했다. 당시 구매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91년 걸프전 이후 미술품시장 대폭락으로 장기간 은행 창고에 보관됐다가 다시 구미 지역에 되팔려나가는 비극적 운명을 맞게 됐다. 즉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보기 전에 보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다. 구미 선진 제국에서도 아트펀드는 매우 새롭고도 시험적인 아이디어일 뿐만 아니라 운용된 지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러므로 최근 국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아트펀드 출범과 일련의 미술품을 대안 투자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에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를 2,000억원에서 3,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이중 1,000억원 정도가 해외 미술품 수입금액인 것을 감안한다면 펀드 규모가 100억원 정도만 되더라도 투자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아트펀드가 국내 미술시장의 교란 요소가 되리라는 일반인의 우려를 과장됐다고 말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술품이 투자 대상의 상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술품을 보고 즐길 수 없다면 미술품은 다른 상품과 비교할 때 적절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투자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아트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식이나 부동산ㆍ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한국형 아트펀드는 미술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공성이 강조돼야 한다. 동시에 불특정다수를 목표로 하는 공모 형태보다는 미술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모형태의 모집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간혹 미술품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왕도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된다. 아마도 미술품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자세가 준비돼 있다면 미술품 투자의 성공으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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