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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위안부 동원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죄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회를 맞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정오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정대협 관계자, 정치권 인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00번째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길원옥ㆍ김복동ㆍ박옥선ㆍ김순옥ㆍ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5명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이명박 대통령도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 잘못을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며 “일본 대사는 이 늙은이들이 다 죽기 전에 하루빨리 사죄하라”고 말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우울하다. 저 일본인들이 사죄하지 않는데 1,000회라고 해서 다를 게 있느냐”며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줘서 다시는 우리나라에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1,000회 집회를 맞은 소감을 밝혔다. 1992년 1월8일 시작한 수요집회는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를 취소하고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항의집회를 추모집회로 대신한 경우를 빼면 20년 가까이 매주 수요일 정오에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씨는 “1,000회인 오늘이 기쁜 날인지 슬픈 날인지 답답한 날인지 잘 모르겠다”며 “분명한 사실은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결심하고 20년을 보낸 이 자리가 뜨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000회가 되는 동안 걸어온 길 앞에 두꺼운 벽이 서 있었지만 그 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며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서 울릴 함성이 일본 정부로 하여금 우리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요집회에서는 평화비도 대사관 건너편에 예정대로 세워졌다. 정대협이 시민사회의 모금을 통해 건립한 평화비는 한복을 입고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채 작은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높이 약 130㎝로 형상화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과 공식 사죄,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 교과서에 관련 사실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들을 구호로 외치며 평화비를 덮고 있던 막을 걷었다. 수요집회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일본 NHK와 후지TV, 로이터, 로스앤젤레스타임스ㆍAPㆍEPA 등 외국 언론사들도 이날 집회 현장 취재에 나섰다. 일본 대사관 측은 이날 집회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이날 1,000회 수요집회를 맞아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대구, 광주, 경기, 경남,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캠페인과 집회, 1인 시위 등이 잇따랐다.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대만 타이베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현지 한인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연대 행사를 개최했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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