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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귀 자른 사람 따로있다

"고갱이 잘랐다" 독일 예술사가 주장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네덜란드 출신이자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다수의 ‘자화상’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1889년작)은 특히 유명하다. 정신분열증에 우울증을 앓았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뒤 알고 지내던 창녀에게 건네줬다는 얘기와 함께 다음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드라마틱한 삶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고흐가 자해로 귀를 잘랐다는 지금까지의 통설을 뒤엎는 독일 예술사학자의 주장이 제기됐다. 귀를 자른 이가 고흐의 예술적 동지이자 친구로서 한동안 동거하기도 했던 폴 고갱(1848~1903)이라는 내용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가디언지 등은 5일 독일 예술사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고갱이 언쟁 중 펜싱검으로 반 고흐의 귀를 베었다”고 보도했다. 기존학설은 반 고흐가 1888년 12월 23일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것에 무게를 두어왔다. 독일의 예술사가인 한스 카우프만과 리타 빌데간스는 최근 펴낸 저서 ‘고흐의 귀: 폴 고갱과 침묵의 서약’에서 법적 처벌을 피하려는 고갱과 친구와의 우정을 이어가려 했던 반 고흐가 맺은 ‘침묵 협정’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묻혔다고 설명했다. 고흐와 고갱은 1888년 10월부터 프랑스 아를에서 한 집에 살며 예술적 교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흐를 떠나려던 고갱이 반 고흐와의 불화를 일으킨 것. 지난 10년간 ‘고흐의 귀’를 두고 경찰 보고서와 주변 인물의 증언을 추적해 온 이 학자들은 “뛰어난 펜싱 실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고갱의 손에 아끼던 펜싱 검 ‘에페’가 쥐어져 있었다”면서 “두 사람은 인근사창가에 도착할 때까지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다 언쟁이 극에 달하자 고갱이 홧김에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해 반 고흐의 왼쪽 귓불을 잘랐다”고 밝혔다. 그 후 고갱은 에페를 론 지방에 버렸고 반 고흐는 잘린 귓불을 한 창녀에게 전해준 뒤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와 다음날 자신을 찾아온 경찰에게 사실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사건의 전말이다. 또 새로운 주장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반 고흐가 자살하기 전 고갱에게 남긴 말이 “너는 조용하구나. 나도 그럴 것이다”였던 것으로 미뤄볼 때 자신들의 ‘침묵서약’에 대한 주장이 논리적이라는 것. 또한 반 고흐의 귀 스케치에 적혀있는 ‘익투스(ictus)’는 펜싱용어로 ‘치다’라는 뜻이며 귀 위쪽 지그재그 모양의 상처도 고갱의 칼이 남긴 자국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고흐미술관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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