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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4월 13일] 그 많던 돈들은 다 어디로…

경제 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는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게 "지난 2007년까지 돌고 있던 세계의 그 많던 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인 것 같다. 이 질문의 대답을 찾다보면 경제를 하는 우리들에게도 현실을 돌아볼 계제가 된다. 정부와 기업ㆍ가계를 돌아봐도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이나 미국 연방준비은행(FRB)말고는 돈 있는 곳이 별로 없고 세계 어느 곳을 보더라도 예를 들어 과거 에너지위기 때 중동 산유국들처럼 없어진 돈들이 몰려 있음 직한 곳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의문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경제의 그 많던 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우선 아주 기본적인 명제를 보자. 경제적 재화가 어떤 경제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를 가지려면 실제 보고 듣고 먹을 수 있는 실물을 제외하고는 실물에 직접적인 고리를 가져야 한다. 한국은행권이나 그린백 달러가 경제에서 가치를 가지려면 금 같은 귀중품에 직접 고리를 가져서 지폐 자체는 종이조각이지만 그것이 연관된 금이 그 뒤에 있다는 대중의 믿음이 있으면 가치가 생긴다. 다만 금의 양이 커가는 경제의 규모를 못 따라가게 되면서 지폐의 가치는 한은이나 FRB의 보증, 즉 한 나라의 국고의 규모가 보증하게 되는 것이다. 원화나 달러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경제에서의 가치교환은 종이조각으로 이뤄진다. 건물ㆍ토지ㆍ특허 같은 재화만이 아니라 모기지ㆍ주식ㆍ사채 등 모든 유동성에 관련된 재산도 그 소유권 이전은 종이조각으로 이뤄진다. 이런 재산의 가치는 기록되고 검증되면서 그것을 대변하는 종이조각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에 파생상품이라는 이상한 '재산(?)'이 등장했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부채담보부증권(CDO), 모기지담보증권(MBS)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런 종이조각들은 현대 경제의 귀재들이라고 일컫는 금융 분야의 '문제아(?)'들이 만든 것인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파생상품들이 기록과 검증이라는 종래의 경제재화의 필요 요건들을 거치지 않게 되면서 세계에서 돈들이 사라지게 만든 주범이 됐다.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이 파생상품들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에서 보면 처음에는 대단한 종이조각들이었다. 환율이 널뛰기하는 게 불안한 수출업자들은 환율 헤징을 해주는 파생상품을 사면 장래의 불확실성이 많이 줄었다. 모기지 투자가 불안한 금융기관들은 여기에 보험들 듯이 필요한 파생상품을 사면 장래의 리스크가 해결됐다. 그러나 이렇게 도처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파생상품들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신용기록이 나쁜 이들에게 모기지를 해주는 금융프로그램인 서브프라임(Subprime)이 지금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세상을 쉽게 보고 하는 얘기다. 처음 사람들의 불안은 거기서 시작됐지만 서브프라임 대출의 사이즈는 얼마되지 않는다. 이름과 달리 경제에 미치는 실제 효과는 얼마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주말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파생상품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됐다. 그 사이즈로 봐서 실물경제의 수십조달러보다 더 클지 모른다는 파생상품에 대한 가치보장을 과연 애당초 사인해준 보험ㆍ금융회사들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엄습한 것이다. 파생상품은 관리 감독하는 정부기관이 없다고 해야 될 정도로 세계경제의 어두운 지하경제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위험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파생상품의 성격과 위험부담의 구체적 범위는 그 파생상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경영층에서도 잘 모른다. 똑똑한 금융전문가들이 하루에 수천페이지씩 수십년 읽어도 모자라는 그 서류들에 담긴 구체적 리스크 부담은 아무도 모르고 공공기관에 기록된 것도 없고 검증할 방법도 없다. 실물 재화에 대한 연결고리가 없어진 종이조각은 경제적 가치를 아무도 산정할 수 없게 됐다. 풍부하게 있다고 생각했던 돈들이 사라진 것은 모두의 머리에 있다고 생각한 경제가치가 믿음을 상실하고 사라진 것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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