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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기자본 소버린이 남긴 교훈

국제투기자본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난 7월 SK지분을 모두 매각한데 이어 LG전자와 ㈜LG 지분마저 모두 처분하고 한국증시에서 발을 뺐다. 소버린은 지난 2003년 5월 지배구조가 허술한 SK㈜의 경영권을 흔들어 9,200억원의 이익을 거두었으나 지배구조가 튼튼한 ㈜LG와 LG전자의 투자에서는 640억원의 손해를 봤다. 결과적으로 2년5개월 만에 투자원금 1,700억원의 다섯배에 해당하는 8,500여억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소버린이 국내에 진출할 당시 지배구조의 백기사가 들어온 양 시민 단체들이 호들갑을 떨고 너도나도 덩달아 국내 기업들을 몰아붙이던 것을 생각하면 씁쓰레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소버린이 우리에게 던져 준 교훈은 적지 않다. 소버린이 거액의 이익을 챙겼으면서도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떠났지만 국내 기업들의 최대 약점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기폭제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소버린은 2003년 최태원 회장이 검찰에 기소된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SK를 압박하고 시민 단체들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이후 SK는 사외이사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주주중시경영에 주력했고, 이에 힘입어 SK(주)의 현재 기업가치는 당시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소버린의 ‘작전’ 은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소버린이 국내시장에서 발을 뺀 배경에는 주식보유목적 등을 분명히 하도록 한 조치의 영향이 컸다. 미국처럼 대주주가 저가로 신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포이즌 필’제도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 사태에서 보았듯이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우리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열린 경영을 하는 것이다. 투명경영과 주주우선경영을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한다면 투기세력이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도 대형기관투자가를 적극 육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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