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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중국과 한국의 '三農정책'

최근 중국 전인대(全人代)는 새로운 국정지표로 후진타오 총서기의 ‘3농정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그 실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농민ㆍ농업ㆍ농촌에 정부 투자를 대폭 늘려 소득 기회를 높여주고 각종 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며 농업기반시설을 비롯,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농업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충만하다. 사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눈부신 고속 성장의 그늘에서 농업 부문은 저임금ㆍ저물가정책의 희생양으로서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되고 소외돼왔다. 농촌사회 전반에 걸친 절대적 열악상은 농촌주민들로 하여금 불법적인 향도이농(向都離農) 행렬에 나서게 함으로써 도시는 포화 상태로 고통을 받고 농촌은 상대적으로 황폐화돼 농민들의 불만은 고조돼 있었다. 역대 중국 왕조의 몰락을 초래했던 신판 농민반란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중국 지도부는 7할이 넘는 농촌주민들을 당분간 농촌에 머물게 하면서 각종 투자 및 기회를 확대해주는 3농정책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 개혁ㆍ개방정책을 시작한 4반세기 만에 농민ㆍ농업ㆍ농촌 중시의 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어찌 보면 그들이 추종해온 ‘박정희 모델’, 즉 수출 주도의 공업화정책의 한계를 한국형 경제발전사에서 새삼 깨달은 것 같다. 박정희의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불멸의 공(功)인 불균형성장론이 쳐놓은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7년 만에 늦깎이 박사 학위를 취득한 농촌공사 안종운 사장의 학위논문은 농민들이 도시로 이농해 각종 도시 투자를 유발하는 것이 농촌에 머물게 해 계속 농사짓기를 지원하는 것보다 19배나 더 든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서울 등 대한민국의 도시 환경은 무슨 지표를 대입해보더라도 이 분석이 타당함을 설명해준다. 이제 기존의 도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에 농촌의 교육ㆍ의료ㆍ복지ㆍ문화ㆍ사회간접자본, 생산ㆍ가공ㆍ유통 분야 등 총체적인 농민ㆍ농업ㆍ농촌 살리기에 나서라고 요구할 때이다. 선진국이란 농촌과 도시의 생산 및 생활 여건에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나라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이 쫓아올까봐 먼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다고 ‘자살골’과 같은 헛발질을 할 것이 아니라 우선 국가와 민족 형성의 기반인 농업과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부터 서둘러야 한다. 농산어촌 곳곳의 학교 문을 닫고 의료복지 서비스가 축소되며 문화ㆍ역사ㆍ전통이 닫히고 있는 현재의 농촌, 농업 현상을 가지고서는 선진화를 논할 자격이 없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일찍이 임금께 올리는 글(農政疏)에서 “대저 농업이란 장사(商業)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고 공장(工業)만큼 편리하지 못하며 선비만큼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과 사람 3재가 어울려 지탱하는 생명산업이 없이는 도시 민생도, 나라 주권도, 국토 환경의 보전도 유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국가는 마땅히 농업을 이문이 나도록 후하게 도와주고(厚農) 농사짓기 편하게 해주며(便農) 농민을 어엿한 공익 기능 수행자로 높여(上農)줘야 합니다”라고 3농정책을 건의했다. 지금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 중간에 3농정책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가 다산의 이 같은 국가 경영 철학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결과라고 본다. 좋은 나라, 참으로 좋은 세상을 일궈나가려면 최소한 당대의 우리 세대는 다음 몇 가지의 원칙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이 나라 강산과 논밭을 조상들께 부끄럼 없이 가꿔 소중히 생명을 이어가야 하고, 농민과 노동자ㆍ상공인들이 노력하고 일한 만큼 대접받으며 더불어 잘살아야 하며,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 되어 체질에 맞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넉넉히 생산해내야 한다. 농민은 도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고 도시 소비자는 농민의 삶을 보장해주며 농업도 살고 수출 기업도 살고 국제수지도 알뜰히 균형을 맞춰야 하고, 주식(쌀)만은 안심하고 자급자족해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하게 해야 한다. 농산어촌 어디에 살아도 도시 사람과 다름없이 교육ㆍ의료ㆍ복지ㆍ문화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조상 대대로의 전통과 문화예술의 토대 위에 슬기롭게 도시문화를 꽃피우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나라이어야 한다. 정치인도 지식인도 기업인ㆍ언론인도 농업의 다면적인 공익 기능을 인식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로부터 현재와 미래의 생존권을 위협받지 않도록 슬기롭게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참여정부를 좋은 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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