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19일 극적으로 세월호특별법의 핵심쟁점인 특별검사 추천권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민생·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다만 신뢰가 부족한 여야가 언제라도 세월호특별법 운용과 청문회를 놓고 갈등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여야 간 힘 겨루기 가능성이 큰데다 국회에 켜켜이 쌓여 있는 민생·경제법안과 국가혁신법안을 놓고도 입장 차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만만치 않다.
◇여야 치킨게임 벗어나나=여야가 이날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벼랑 끝 대치에서 벗어나 극적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이날이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로 더 이상 정쟁을 하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여야는 앞서 지난 7일 세월호특별법과 일부 민생·경제법안을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특검 추천권을 놓고 유가족과 시민사회,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극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여야는 이날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가 10명의 특검후보추천위원을 선정하면 여야가 합의해 4명을 추리기로 했다. 현재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국회 몫 4명 외에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이 각각 1인씩 추천해 총 7인으로 구성된다. 7인은 2명의 특검 후보를 박근혜 대통령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한다. 하지만 야당이나 유가족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여야 합의라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의 불씨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생·경제법안 탄력 여부 주목=여야는 5월2일 본회의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며 불임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이 이어지자 이날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했다. 청와대와 청부가 요청하는 민생·경제법안들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 것이다. 이에 따라 곧 8월 임시국회가 소집돼 조기에 일부 법안이 통과될 확률이 커졌다.
◇법사위 계류 법안조차 숙성시간 필요=하지만 상당수 경제활성화법에 대한 여야 간 쟁점이 만만치 않아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조속처리를 요청한 19개 법안 중 법사위로 넘어간 크루즈법·마리나항만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조차 쟁점이 적지 않다. 이 중 41만명의 산재보상보험법(특수형태업무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늘리는 것)은 여당이 "범위가 너무 넓다"며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크루즈법(선상카지노 완화 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규제 완화가 맞느냐"는 문제 제기에 봉착해 있다. 마리나항만시설 내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마리나항만법도 여야 이견이 있다.
◇상임위 계류법안들은 부지하세월=청와대가 요구한 19개 법안 중 16개는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심지어 16곳의 상임위 중 정무위·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 등 7곳은 아직 법안소위조차도 구성하지 못했다. 이 중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별로 없다. 월세 임차인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쟁점이 많이 좁혀졌지만 야당이 임대차등록제도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역점을 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은 야당이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가속화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당정청이 역점을 두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활성화법도 마찬가지다. 정성호 국토교통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는 "주거복지예산 확대와 전월세상한제 등이 패키지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혁신법도 여야 이견 커=김영란법·유병언법 등 국가혁신 관련 법도 조기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무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경우 여야 모두 내심으로는 "정도가 지나쳐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주저하고 있다.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안)은 범죄자의 상속·증여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7월8일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 상정된 뒤 진척이 없다. 재판 없이 제3자 명의의 재산을 환수하려다 보니 재산권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며 여당에서조차 처리 의지가 실종된 것이다.
해양경찰청 해체와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도 여야 간 이견으로 안전행정위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광본·김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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