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조직 이식 등 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콥병(Iatrogenic CJDㆍ이하 iCJD)' 발생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iCJD는 전세계 20개국에서 총 400건 정도가 알려져 있는 희귀한 사례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광우병 쇠고기를 섭취해 걸려'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CJD(vCJD)와는 관련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뇌암 치료를 위해 23년 전 독일제 수입 뇌경막을 이식 받은 병력이 있는 54세 여성 환자의 조직검사 및 동물실험 등을 실시한 결과 의인성 CJD 사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 1987년 뇌암의 일종인 뇌수막종 치료 중 독일제 수입 뇌경막인 '라이요두라'를 이식 받았으며 수술 후 23년이 지난 지난해 6월 몸에 힘이 약해지고 감각장애와 운동장애 증세를 보였다. 이후 1년간 공포증, 심한 감정 변화, 불면증, 환각증, 복시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고 6월 사망했다. CJD의 경우 잠복기가 최대 20년 이상이지만 일단 발병하면 통상 1년 내 사망한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이번에 확인된 iCJD는 속칭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vCJD와는 전혀 무관하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된 것도 아니다"라며 "뇌경막 제품은 1987년 5월 이후 프리온(CJD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일종) 불활성화 처리를 해 사용하고 있어 현재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불활성화 처리를 하기 전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환자가 문제의 뇌경막을 이식해 iCJD 위험에 노출됐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신경과학회 등 전문가 단체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1980년대 뇌경막 이식 등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세계 iCJD 사례 400건 중 이번과 같은 뇌경막 이식 후 발생한 사례는 200건 정도며 이 중 절반 이상인 138건이 일본에서 독일제 뇌경막 제품을 사용해 발생된 것이 확인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제 수입 뇌경막 제품은 인구 10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산발성CJD(sCJD)에 감염된 환자 사체에서 적출된 뇌경막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건 당국은 설명했다. sCJD는 변형된 단백질인 프리온이 중추신경에 축적돼 발생하며 전체 CJD의 85~9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sCJD의 경우 한국에서는 2001년 이후 매년 5~19건이 보고되다 2008년 28건으로 늘었다. ◇의인성 CJD(iCJD)=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질환으로 CJD에 감염된 조직 및 각막 이식 혹은 감염자의 뇌에서 추출된 호르몬 주입 등에 따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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