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어디 없나요.’ 지난 2007년부터 서울 강남에 사옥 겸 전시장으로 쓸 빌딩을 매입하려고 매물을 찾고 있는 중견기업 오너 K씨. 최근 마침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와 500억원에 사기로 하고 현장에 나갔지만 빌딩 주인이 200억원을 더 요구해 쓰린 속을 달래고 돌아서야 했다. 강남의 주요 사거리 중심으로 매물을 구한 지 벌써 7~8개월이나 됐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건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K씨는 “강남 대로변은 땅값이 3.3㎡당 1억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형성돼 있으며 특히 테헤란로는 2억5,000만원, 강남역 인근은 3억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 신규로 빌딩을 구하려는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마땅한 매물을 찾기가 무척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국내 기업과 외국계의 빌딩 수요 증가에 비해 땅값 상승과 가용토지 부족으로 인해 공급이 부족했고 2006년부터 양도세 기준이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빌딩 주인들이 매각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딩이 귀한 몸이 되자 최근 테헤란로 안쪽에서는 여관이 헐리고 오피스빌딩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는가 하면 서울 중구에서는 금호건설이 고층 주상복합을 짓기로 했다가 오피스빌딩으로 계획을 변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저스트알의 조사 결과 지난 1ㆍ4분기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27%로 전분기의 1.75%에 비해 0.4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이 회사가 오피스 공실률 조사에 나선 2003년 4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의도권이 0.8%로 가장 낮았고 강남권 0.97%, 강북 도심권 1.32%, 기타지역은 2.46%였다. 이는 세계 주요 도시 공실률(지난해 4ㆍ4분기 기준 홍콩 2.9%, 런던 3.5%, 파리 4.8%, 로마 5.5%, 워싱턴DC 7.6%, LA 13.2%)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반면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해 임대료를 전세가로 환산한 결과 ㎡당 152만5,000원으로 전분기 대비 2.08% 상승했다. 강남권이 ㎡당 143만6,000원으로 전분기보다 2.67%, 여의도권은 130만원으로 2.42%, 강북 도심권은 195만원으로 0.73% 각각 올랐다. 이주용 저스트알 차장은 “올해 오피스 공급물량(면적)은 82만㎡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예정이어서 보증금과 임대료도 5~10%가량 오를 것”이라며 “오는 2010년 이후 여의도와 용산 등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오피스 부족현상이 지속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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