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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1월 5일] 지배구조? '꿩 잡는 게 매'

요즘 국내외 기업의 실적 명암 및 부침은 격세지감(隔世之感)과 경쟁의 세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해준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위세에 눌려 겨우 숨을 쉬던 우리 기업들이 세계가 주목하는 강자로 부상한 반면 절대강자였던 선진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간절히 바라기는 했지만 결코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일들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삼성전자·현대차의눈부신약진 일본 닛케이신문은 3ㆍ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260억엔(4조2,300억원)으로 일본 주요 9개 전자업체의 전체 영업이익 1,519억엔보다 2배 이상 많았다며 원인 분석에 열을 올렸다. 사실 지난 2005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는 점에서 법석을 떨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곗바늘을 거기에서 10년 전쯤으로 되돌리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소니ㆍ히타치ㆍ파나소닉이 어떤 기업인가. 하나하나가 삼성에게는 도저히 넘지 못할 벽으로 여겨졌던 기업이었다. 삼성전자, 아니 삼성그룹 전체의 이익이 소니의 한 사업부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십수년 만에 완전히 역전돼 지속되고 있으니 일본의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 중 하나가 자동차다. 이전부터 골골하던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는 끝내 파산수순을 밟아 혹독한 구조조정과 정부지원으로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새로운 지존으로 올라선 일본 도요타도 적자를 내며 고전하고 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5%대이던 미국시장 점유율은 올해 7~8%로 뛰었고 중국ㆍ인도 등에서도 씽씽 달리고 있다. 3ㆍ4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섰다. 무엇이 기업의 운명을 이처럼 갈라놓은 것일까. 닛케이는 과감한 투자, 오너의 리더십, 글로벌 경영에 대한 열정 등을 꼽았다.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근로자들의 헌신, 환율효과 등을 드는 사람도 많다. 다 맞는 말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리더십이 없다면 그런 여러 요소들이 효율적으로 엮이지 못했을 것이다. 창립 40년을 맞은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는 고(故)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사업 진출과 이건희 회장의 질(質)경영으로의 구조개혁 드라이브라는 두 번의 결정적 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질주 원동력은 품질을 앞세운 '10년 10만마일 보증'이라는 파격적 조치였다. 삼성의 반도체 진출에는 '망하려고 작정했다'는 비아냥이 따랐고 질경영은 외형성장이 경영능력의 척도로 인식되던 당시 풍토에서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현대차의 보증연장은 제 무덤을 파는 행위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을 벌였고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성과를 일궈냈다. 그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주위를 의식하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이라면 이렇게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고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오너 기업가정신 없인 불가능 우리 기업의 단점을 말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오너경영이다. 독단으로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이 떨어지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효율성에 관한 한 오너체제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삼성ㆍ현대차, 그리고 세계 100대기업 중 금융 및 공기업을 뺀 55개 가운데 20개가 오너체제라는 지배구조 분석결과(포스코연구소)가 이를 말해준다. 경영투명성도 시장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크게 개선됐다. 그렇다고 오너체제가 절대선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능력 있는 사람이 경영을 맡는 게 최선이다. '꿩 잡는 게 매', 그게 지배구조의 정답이다. 기업실적 명암의 또 다른 교훈은 상황이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심하면 굴러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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