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태극기를 거는 가구가 예년만 못하다는 이야기는 어느덧 광복절의 단골 뉴스가 돼버렸다. 오히려 요즘에는 특정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행위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연결 짓는 시도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이날이 우리의 역사에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도 없었을 텐데 사람들의 무관심은 왜 커져만 가는 것일까.
나라를 다시 찾은 지 반 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우리 사회의 내부 통합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 경제적 불평등과 뿌리 깊은 지역주의 등 과거부터 존재해온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천안함 사태처럼 국가 안보가 직결된 사안에서도 우리 사회는 내부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기보다는 정치적·이념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심하게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보다는 '나'라는 개인을 중시하는 풍토가 만연하면서 내부 통합은 더욱 어려워져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통일은 반드시 온다. 그날에 대비해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며 평화·경제·민족 공동체로 이어지는 평화 통일 3단계 방안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이 무슨 배경에서 갑작스럽게 통일세를 언급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부 당국자들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드는 생각은 이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으로 북한이 행여나 '흡수통일'의 의도가 아니냐며 괜한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통일세'에 대한 언급에 앞서 여전히 분열돼 있는 우리 사회의 내부 통합부터 강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북 통일은 중요한 일이고 우리의 내부 통합은 시급한 일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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