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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기업 가치의 수수께끼

한때 재기불능으로 여겨지던 부실기업들이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기업가치는 시간의 함수일지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외환위기와 함께 부실의 나락에 떨어진 수많은 기업들이 시간이 지나자 너도나도 군침을 흘리는 우량기업들로 거듭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최대 애물단지로 외국기업에 팔아넘기려던 하이닉스반도체는 지금 연간 순익만도 조 단위가 넘는 알짜기업이 됐다. 당시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지만 반대여론이 들끓고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되자 결국 막대한 공적자금에 의한 워크아웃으로 되살아나 세계 2~3위를 다투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 와서 보면 당시 하이닉스 매각을 강행했더라면 지금쯤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을지 모를 일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의 미래 그런가 하면 독자생존을 위한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다른 기업에 흡수합병되는 기업들도 있다. 기아차의 경우 국민기업로 살리겠다는 시민단체만도 수십개가 있었지만 결국 현대차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인 상황뿐 아니라 기술력과 경쟁력, 세계적인 트렌드와 같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기업의 생존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부실기업의 회생 여부에 대한 사전적인 판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잔존가치가 높으면 워크아웃ㆍ법정관리 등을 통해 회생을 시도하고 청산가치가 높으면 매각해버리거나 파산시키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부실기업 처리의 원칙이다, 그러나 잔존가치나 청산가치 등도 어차피 불확실한 예측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 된다. 경제예측이 맞는 경우보다 틀린 경우가 많듯이 특정기업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제품의 가격변화나 기술개발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결국 부실기업의 처리는 특정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와 자료, 그리고 정책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3년여 전에 이뤄진 외환은행의 매각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대평가해 헐값에 론스타에 팔아넘겼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담당부처와 기관들은 당시 부실규모의 추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여기서 어차피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한 이상 외환은행은 매각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울러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관심을 보인 원매자도 비록 헤지펀드이기는 하지만 론스타밖에 없었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 은행부도라는 재앙을 막아야 하는 정부입장에서는 결코 여유를 부릴 만한 처지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부실의 규모이다. 부실규모가 크면 기업가치가 낮아져 그만큼 싸지고 부실규모가 적으면 값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시점 거래당사자간 합의가 적정가격 그러나 은행의 부실규모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부실은 시간의 함수이다. 경제사정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금융부실이다. 더구나 은행 자체도 어려웠지만 외환카드의 막대한 부실 때문에 초읽기에 몰린 상황이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외자를 유치해 은행부도라는 재앙을 막았는데 이제 와서 헐값매각으로 비난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이 우량은행으로 거듭나고 외국자본이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결과만 놓고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파는 쪽과 사는 쪽이 합의해야 거래는 이뤄지고 그것이 당시의 적정가격이다. 과연 당시 매각에 참여했던 공직자들이 의도적으로 부실을 부풀려 헐값에 팔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이닉스처럼 외환은행 매각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더라면 헐값 매각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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