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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美, 이란과 직접대화 나서야
입력2006-05-18 16:25:20
수정
2006.05.18 16:25:20
미국과 리비아가 25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는 소식이다. 리비아는 그동안 테러지원국이나 반미 국가와 동의어처럼 느껴지는 나라였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풍부한 석유 자원을 이용해 테러 단체들을 지원하고 테러 공격을 배후에서 조종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리비아는 지난 88년 270명의 희생자를 낸 팬암기 폭파사건을 일으켰다. 그 다음해에도 사하라 사막 상공을 지나던 프랑스 항공기를 추락시켜 170명을 숨지게 하기도 했다. 리비아인들도 과거 수십년 동안 암살과 납치ㆍ고문 등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런 기억들은 이제 곧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국제 정세는 이제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리비아는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각종 테러에 개입했고 이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했었다. 물론 지금도 9ㆍ11테러나 이라크전쟁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란 핵문제로 국제적인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리비아와 같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다.
카다피 원수는 국제 테러단체들과의 관계를 단절했고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WMD)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실제 리비아 정부는 테러 지원이나 무기 개발에 돈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런 리비아에 2004년 경제제재 조치라는 선물을 했고 이제 외교 관계 정상화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염두에 두고 볼 때 부시 행정부가 ‘정신 분열증’적인 외교 정책을 구사한다는 징후가 뚜렷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리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이란과 북한 같은 나라에 리비아는 중요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비아식 모델은 미국이 리비아와 ‘직접 대화’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리비아 측이 팬암기 사건에 연루된 정보 관리 2명을 인도한 뒤로 리비아와 대화를 시작했고 상호 신뢰가 쌓인 후에야 마침내 리비아로부터 WMD 포기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이란과는 직접 대화를 거부하면서 무조건 리비아식 ‘선 핵무기 포기’ 선언부터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리비아와 그랬던 것처럼 이란과도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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