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이 북한 핵실험이란 치명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그동안 경험한 학습효과와 양호한 경제여건(펀더멘털), 풍부한 유동성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긍정적이 시장조건이 북핵 이슈가 끼여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의 핵실험 발표 후 하루 만인 10일 국제 금융시장은 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지난 9일 추락했던 한국 증시는 반등했고 연휴 후 이날 처음 문을 연 일본증시는 오히려 0.25%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미국 다우지수는 1만1,867.17로 마감하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북핵 실험 후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미 국채가격도 떨어지면서 수익률은 연 4.75%로 9월19일 이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로이터통신은 11일 분석기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2001년 9ㆍ11 테러를 겪으면서 이런 지정학적 불안 요소들에 대해 충분히 단련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경험을 통해 각종 악재에도 투자환경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 런던 테러나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사건도 경제적 재앙을 불러오지 않았다. 소시에테제너럴 자산운용의 미칼라 마쿠젠 연구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불안 요소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도움이 됐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전세계 증시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 지 일주여 만에 이뤄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독일 투자은행인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에 따르면 전세계 증시는 한해 전에 비해서 10.5% 상승했으며 지난달 대비로도 2.1% 올랐다. 이와 함계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핵 충격이 상쇄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ABN암로의 리처드 던컨 투자책임자는 “지난 5년 사이 외환 보유고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자금이 많다”며 “모든 유형의 자산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낙관론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토니 돌핀 핸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투자전략가는 최근의 금융시장이 “좋은 소식은 주목하고 나쁜 것은 무시하려는 최근의 추세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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