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에 대한 보증 확대 등을 통해 국내외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안택수(65ㆍ사진) 코딧(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ㆍ고환율ㆍ고유가 등 3고(高)에다 저성장ㆍ저고용ㆍ저소비 등 이른바 3저(低)가 겹치면서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하고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어려운 중기 경영여건을 감안해 올해 보증 규모를 1조원 늘린 데 이어 내년에도 1조원을 추가로 보증해 총 보증 규모를 3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특히 “올해부터 젊은이들의 창업지원을 돕기 위해 청년창업 특례보증제도를 신설, 1,000억원의 신용보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딧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등과 같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중기의 ‘수호천사’ 역할을 해왔다”며 “경기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해 보증 규모를 대폭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에서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저는 큰 틀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다뤄왔습니다. 국회의원으로 10년 간의 경제 관련 상임위 활동 중 7년을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지냈고 신ㆍ기보는 물론 재정경제부ㆍ한국은행 등으로부터 매년 수차례에 걸쳐 업무보고를 받고 국정감사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인 신보를 이끌어 나가는 데 활용하고 중기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려운 국가경제 상황을 타개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최근 기술신용보증기금과의 통폐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정부는 8월 중 공청회 등을 거쳐 신보ㆍ기보 통폐합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신ㆍ기보 기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보는 1980년대 신보의 기술보증 업무를 떼어내 독립한 조직입니다. 신보는 성장성 중심의 보증 지원을 하고 있고 기보는 기술력 중심의 보증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지원 대상은 다르지만 보증 및 인프라 중복 문제 등이 있습니다. 통폐합이 된다면 보증액도 29조원으로 2배 이상 많고 기금 운용의 노하우, 오랜 역사를 가진 신보 중심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사전에 인력 구조조정 문제와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지역 이기주의 문제, 기금 통합 이후의 일반 보증과 기술보증 비율 운영 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효율성만 좇다가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정리하지 못할 경우 양 기관간 갈등이 확대돼 중기 지원 기능이 약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개발펀드(KDF) 설립 등으로 신보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요. ▦KDF가 설립돼도 업무 충돌은 없을 것입니다. KDF는 중기 중에서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담보 능력이 있는 1군 기업들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반면 신보는 담보능력이 취약한 중기 중에서 성장성이 돋보이는 2군 기업에 대해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KDF는 금융회사를 통한 대출인 전대(On-lending), 투ㆍ융자, 재보증, 신용보강 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중 재보증ㆍ신용보강 등은 일부 중복이 될 수 있습니다. 신보가 다수의 중소ㆍ중견기업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에 신용보강을 통해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유동화회사보증(CDO)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 부분도 KDF와 일부 중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미리 교통 정리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국내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올들어 새로운 은행 자기자본규제인 ‘바젤 2’가 시행되면서 중기 대출이 힘들어지는 등 중기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신보의 중기 지원방안은 무엇입니까. ▦신보는 중기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우선 올 하반기에 신용보증 규모를 당초 28조원에서 29조원으로 1조원 늘리고 내년에도 추가로 1조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청년창업특례보증제도’를 새로 도입해 1,000억원을 추가로 보증하겠습니다. 청년 창업보증을 포함해 창업기업에 대한 보증규모를 현재의 5조원에서 7조원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이밖에 중소ㆍ중견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다양한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만드는 CDO제도도 시행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협의해 연내 신용보증기금법을 개정하겠습니다. -공격적으로 보증 규모를 확대하면 부실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보증을 많이 하다 보면 부실률은 다소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보증 부실률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경기침체로 5.1%로 올라섰지만 5.2%까지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보증 확대에 따른 부실률 상승을 막기 위해 일선 지점에 보증지원 대상을 철저히 심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보증 대상 자격 여부를 선별하는 등 투명성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여기에다 기업 현장 점검, CEO와의 인터뷰 등을 통한 정성적 평가를 통해 수치 데이터에서 거르지 못하는 부분도 치밀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성장성이 있고 유망한 중기에 대해 선별 보증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정책방향 기조는 그대로 가는 것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생각입니까. ▦경쟁력이 없는 중기에 대한 생명연장식 보호정책은 중기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국가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시장과 함께하는 중기 지원정책’이 필요합니다. 즉 중기 지원에 있어 시장변화와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보증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려 국내 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내년부터는 신보 출연료를 없애겠다고 하고 있지만 보증재원 확대를 위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00억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는 쪽으로 정부를 설득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신보 발전을 위한 경영철학과 운영방침을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저의 경영철학은 ‘합리적 개혁추진, 솔선수범하는 경영, 공심(public mind)에 입각한 성실한 경영, 소통의 제도화’입니다. 조직ㆍ인사ㆍ문화 등 전 부문에서 선진화를 추구할 예정이며 구체적 조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입니다. 선진화를 위해 효율성ㆍ적정성ㆍ건전성ㆍ투명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업무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적정한 기업을 적기에 보증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것입니다. 또 신보 자산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구상채권 회수 확대를 위한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보증지원 기업의 선정과정 등 주요 경영 분야에 대한 투명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하겠습니다. 안 이사장은
'정치인=낙하산' 인식 문제
"업무능력으로 평가해 달라" 국책銀·금융공기업 준전문가 수준 자신
노조위원장이 취임축사 他공기업 노사갈등과 대조 3선의 노련한 국회의원에서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7월 취임을 전후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10여년 넘게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변인 등을 거치며 집권당과 날카로운 정치적 대립각을 세워왔던 안 전 의원의 금융계 진입이 외부 시각에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안 이사장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인터뷰 서두에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판단 기준은 전문성과 임명 과정의 투명성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료는 괜찮고 정치인은 낙하산'이라는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틀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다뤄봤다"며 "경제ㆍ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88년부터 2년1개월 동안 국민연금공단 재정담당 상임이사를 지내며 금융업무를 경험한 데 이어 3선 국회의원으로서 7년을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수행하면서 신ㆍ기보를 포함해 재정경제부ㆍ한국은행ㆍ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매년 수차례에 걸쳐 업무보고를 받고 정책질의와 국정감사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에서 국책은행과 금융 공기업에 대해 7년간 깊이 있게 공부했으면 준(準)전문가 수준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안 이사장의 취임식에는 노조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축사로 화답하는 등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상당수 금융 공기업이 CEO 취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 속에 노조와 갈등을 겪은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안 이사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보의 이사장에 취임한 만큼 중기 지원이라는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이며 앞으로 일해나가는 것을 보며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