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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개선' 본래 취지 벗어나 '투기장 변질'이 禍 불러

[뉴타운 사업이 흔들린다]<br>과도한 지분 쪼개기 따른 추가 분담금 갈등 키워<br>한강변 유도·전략정비구역 개발까지 불똥 가능성

서울과 경기도의 뉴타운 사업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 하락과 지자체의 무분별한 지구 지정, 조합원들 간의 소송 등으로 좌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과도한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한남뉴타운 전경.


지난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아현역을 나서 북아현뉴타운1-3구역에 들어서자 곳곳마다 나란히 붙은 벽보 두 장이 눈에 띄었다. 8월19일 1-3구역 조합 측의 승소로 끝난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 결과에 대한 조합 측과 비상대책위원회가 각각 써붙인 대자보였다. 조합은 법원 판결이 이뤄진 만큼 오는 30일까지 전 조합원이 이주를 마쳐야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대위 측은 "이제 행정법원의 1심이 끝났을 뿐"이라며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고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 등도 진행되고 있으니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조합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인근 E공인의 한 관계자는 "각종 소송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최고 1억원에 달했던 109㎡형 조합원 입주권의 '웃돈'이 3,0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며 "조합원들도 당장 이주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이 좌초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호황기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구잡이로 구역을 지정한 후유증이다. 소송 등으로 사업이 장기화되고 이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주민들의 반대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장은 "뉴타운사업의 경우 투기장으로 변질해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곳이 많다"며 "실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재정비사업이라면 원점에서 검토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집값 '상승 공식' 깨지며 파행=서울시는 2002~2007년 사이 총 35곳의 뉴타운을 지정했다.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2,733만9,384㎡에 달한다. 때마침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은 예외 없이 땅값이 급등했다. 투기 세력이 몰리며 일명 '지분쪼개기' 등 다양한 투기법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뉴타운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2007년 말부터 부동산 경기가 주저앉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시장에서 거래됐던 시세에 비해 감정평가액이 훨씬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2007년에 3.3㎡당 4,000만원에 산 집이 2년 뒤인 2009년에 감정평가를 받아보니 3.3㎡당 2,000만원을 간신히 넘기는 일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감정평가액이 낮아지면 조합원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의 액수는 더 커지게 된다. 북아현뉴타운 1-3구역의 경우 지분마다 차이는 있지만 109㎡형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2억5,000만원 내외의 분담금이 필요할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조합원이 소송을 내고 이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면 사업 비용은 또 다시 오르는 악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과도한 지분쪼개기 역시 뉴타운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지분쪼개기의 부작용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현재 한남뉴타운에는 1만1,658가구가 들어서 있다. 2000년대 들어 무분별하게 지분이 쪼개지며 가구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총 1만3,413가구가 지어져 지금보다 1,755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임대아파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일반분양 물량은 거의 없다. 일반분양 물량이 없으면 자연히 추가 분담금도 오르고 일부 조합원은 현금청산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도 뉴타운도 '올스톱'=뉴타운사업에서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역시 후유증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주로 집값이 내려가 진통을 겪는 서울과 달리 경기도권에서는 주로 각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군포시 금정ㆍ산본동 일대 86만5,000㎡에 조성될 예정이던 금정뉴타운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 곳은 2007년 9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ㆍ고시됐으나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공청회를 아예 열지 못했고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고시를 해야 하는 법정기간(3년)을 넘겨 사업 자체가 백지화됐다. 경기도에서는 금정뉴타운뿐만 아니라 평택 안정뉴타운, 김포뉴타운, 안양 만안뉴타운 등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개발 추진이 불투명하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된 뉴타운 사업이 올해 지자체장이 바뀌며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강변 유도ㆍ전략정비구역도 제2의 불씨=부동산업계에서는 사실상 '제2의 뉴타운'으로 볼 수 있는 한강변 유도ㆍ전략정비구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지정한 유도ㆍ전략정비구역은 여러 재개발ㆍ재건축구역을 하나로 묶어 개발을 추진하고 실제 사업 진행은 각 조합별로 따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뉴타운과 대동소이하다. 유도정비구역인 영등포구 양평동과 마포구 망원동 등에서는 지분쪼개기가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재개발기본계획이 만들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쪼갠 지분으로도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된 탓이다. 특히 양평동에서는 쪼갠 지분이 올 하반기에만 100~200개가량 매물로 나와 1억원 내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사업성 저하, 줄 소송, 사업 지연ㆍ무효로 이어지는 뉴타운식 문제가 이들 지역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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