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 이용자들의 PC를 해킹해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1,000억원에 가까운 관급공사를 불법으로 낙찰시켜준 브로커가 2년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정수 부장검사)는 나라장터에서 입찰에 부쳐진 각종 건설공사의 낙찰 하한가를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입찰방해)로 홍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2011년 6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해킹 프로그램 개발자인 김모(39·구속기소)씨 등과 함께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 재무관의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예비가격(예가)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시설공사 57건을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예가는 낙찰 하한가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발주처가 예가 15개를 작성하고 입찰자들이 각각 2개를 고르면 가장 많이 선택된 가격 4개의 평균값이 낙찰 하한가가 된다. 하한가의 바로 위 가격을 적어낸 업체가 낙찰을 받게 된다.
검찰 조사 결과 홍씨 등은 조작한 예가를 나라장터 서버에 저장한 뒤 자신들이 미리 정한 예가에 투찰하도록 건설업체 PC도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가 알려준 투찰가로 입찰에 참여한 23개 건설업체는 가평군, 포천시, 한국농어촌공사, 국토관리사무소 등 17개 기관의 관급공사를 따냈다.
홍씨가 낙찰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불법낙찰에 가담한 관급공사 대금은 919억8,600여만원에 달했다. 홍씨와 프로그래머 일당은 낙찰대금의 7% 안팎을 수수료로 받았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홍씨는 프로그래머, 입찰브로커 등 공범 4명과 분배하고 남은 8억여원을 갖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홍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려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2년 가까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 홍씨가 태국 칸차나부리 현지에서 호화로운 생활로 교민사회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외교당국에 행적이 포착됐고 검찰은 태국 이민국의 협조로 불법체류자 신분인 홍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검찰은 지난 2012년부터 나라장터 관급공사 불법낙찰 사건을 수사해 현재까지 총 19명을 구속기소하고 3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도주한 건설업자에 대해서는 기소중지하고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